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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코로나 위기에 韓美 분담금 갈등 봉합… 동맹 가치 다시 다져야

입력 | 2020-04-02 00:00:00


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잠정 타결돼 양국 수뇌부의 최종 재가를 남겨둔 상태라고 한다. 인상 폭이 10%를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8.2%를 인상한 지난해 합의에 비해 높지만 그간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보다 크게 낮아졌고, 기존 1년이었던 유효기간도 3∼5년으로 늘릴 것이라고 하니 일단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소식은 분담금 협정이 그제 종료되면서 주한미군이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무급휴직을 강행하고서야 나왔다. 이처럼 벼랑 끝 협상의 진통을 겪는 것은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협상 시작부터 기존의 5배인 5조 원대를 요구했고 지난달까지도 미군의 역외훈련과 순환배치 비용까지 포함한 3조∼4조 원 수준을 고집했다. 그러니 미국 의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뒤늦게나마 극적 타결에 나선 것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통화에서 공감대를 이룬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미 간 협력과 연대 기류가 영향을 미쳤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갈등은 동맹마저 돈으로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빗나간 동맹관 탓이 크지만 대북정책 엇박자 등 각종 현안까지 맞물리면서 한미가 과연 동맹이 맞느냐는 의문을 낳게 했다. 동맹의 가치는 위기 때 드러나는 법이라지만, 코로나19라는 돌발 사태가 동맹 균열을 봉합하는 계기가 된 것을 그저 다행이라고 넘길 수는 없다.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얼마나 허약하고 편의적인 관계로 변질됐는지 재삼 곱씹어 봐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진통을 겪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한미 모두 동맹의 토대를 훼손시켜온 그간의 행태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동맹을 다시 굳건히 다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