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당은 ‘좌파 새누리당’ 느낌 靑출신-친문 공천하고 총선승리 자신 4년 전 새누리당 독재 막았던 김종인… 그때와 똑같은 구호 외쳐도 될 판 비상사태 선포前, 마지막 선거일 수도
김순덕 대기자
4년 전 집권 새누리당에는 진박(眞朴) 낙점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직(職)을 걸고 ‘보이지 않는 손’과 맞선 당대표도 존재했다. 징글징글한 계파 갈등에 국민은 진저리를 냈지만 그때 여당은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라는 건 알았다.
현재의 집권 민주당 사람들은 그런 문제의식조차 없다. 4년 전 빈사의 민주당에 영입된 김종인은 “새누리당 ‘1당 독재 국회’ 저지가 절체절명의 목표”라고 외쳐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의 독재는 막았는데 지금은 민주당 독재시대가 돼버렸다.
당시 총선에 승리한 뒤 그가 새누리당에 조언한 인터뷰 기사를 보면 웃음이 난다. “대통령과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지금 여당에는 당내 민주주의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의 여당이야말로 대통령과 다른 독자적 목소리가 나올 수 없는 당이다. 대통령이 아끼는 조국에게 쓴소리한 의원은 공천 탈락은 물론이고 문빠의 총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다양한 갈등을 표출해 대안을 조직해 내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친문 패권주의 민주당에선 다양한 계파가 있을 수 없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모든 인민을 다수 인민의 총의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틀은 전체주의”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적했을 정도다.
민주당 내 사정이야 그들만의 문화라 쳐주자. 국회법에 명시된 교섭단체 간 협상 원칙을 철저히 무시한 채 제1야당을 배제한 것은 1당 독재나 다름없다. 범여권 군소 야당들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미끼로 던져주고 정권의 숙원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받아낸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 그러고는 소수정당에 돌아갈 단 한 석도 아까워 약속을 깨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까지 만들어냈다.
김종인의 오락가락에 실망한 사람도 “집권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그의 말에는 공감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들 독재자에게 황금의 찬스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확진자가 불과 13명이던 11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 대응책에 반대해선 안 된다는 구실로 정적(政敵)과 언론 처벌은 물론 행정부가 법률을 만들거나 없앨 수도 있는 무소불위 권한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코로나 대처를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내세우지만 의료진의 극한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제 국민보다 중국을 더 챙기는 집권세력이 헝가리처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초법적 행위를 감행할 수도 있다. ‘청와대 정부’ 출신 윤건영 후보는 1일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강한 정부”라고 강조했다.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해 민간기업 경영 개입이나 파격적 남북관계, 굴욕적 한중관계로 나아간다면 국민은 방법이 없다.
4년 전 김종인은 “정권이 잘못됐을 때 그 정권을 바꿀 기회를 놓치면 나라는 희망을 잃는다”고 했다. 설마 그렇게야 하겠어, 싶은 일도 문재인 정부는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워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나라’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이번이 국가비상사태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 마지막 선거가 될 수도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