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원격수업 여전히 삐걱
강의 없이 과제만 내 부실 수업… 서버 부족탓 아예 접속 못하기도
“초중고 온라인 수업 철저 준비를”
“어떻게 2시간씩이나 강의를 듣고도 질문 하나 안 합니까?”
수도권 한 대학의 교수가 불쾌한 듯 말했다. 잠시 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교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쌍방향 원격수업 직후였다. 얼굴을 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다 보니 교수는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질문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자 화가 난 것이다. 학생들은 황당했다. 대답도, 질문도 다 했는데 교수가 화를 내며 나가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교수의 스피커가 꺼져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6일 온라인 개강을 한 지 3주 차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원격수업은 삐걱대고 있다. 대다수 대학은 여전히 서버 용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재학생 최모 씨(20)는 “1시간짜리 강의를 듣는데 1분마다 끊기고 검은 화면이 나와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며 “수강생 50명 중에 30명 정도가 강의 사이트에 접속조차 못할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수가 학생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사립대생 A 씨(23)는 “교양수업 교수가 카메라 초점을 잘못 맞춰서 칠판이 뿌옇게 보여 필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재학생 B 씨(25)는 “교수가 강의 도중 자료 화면이 꺼진 줄도 모르고 계속 강의를 했다”며 “학생들이 ‘손들기 버튼’을 눌러 알렸지만 10여 분 동안 반응이 없어 답답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의 그릇된 온라인 윤리행위가 사건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한 학생이 수강생에게만 전달되는 강의사이트 링크를 외부인에게 팔았다가 발각됐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 기능을 활용하는 강의의 링크가 유출되는 바람에 학생이 아닌 외부인들이 댓글창에서 욕설과 음담패설을 쏟아내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은 “수십 명이 유튜브 강의를 듣고 있는데 댓글창에 특정 학생에 대한 비방과 욕설이 계속 올라오는 바람에 강의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평가방법도 고민거리다. 서울의 한 대학은 최근 교수들에게 이번 학기의 변경된 성적 평가방법을 공지했다. 기존에는 A학점 30%, B학점 40% 등 학점별 최대 비율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번 학기에는 A학점만 최대 40%로 제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집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서로 베껴 내도 막을 방법이 없고, 모두 잘 봐서 성적 인플레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초중고교의 원격수업 과정에 더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영풍초 김현수 교사는 “수업 도중 질문이 있을 땐 주저하지 말고 교사에게 표현해야 한다”며 “마이크로 말하기 어려우면 채팅창을 활용해도 된다”고 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