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농구 대통령’ 허재 첫 사석 만남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레전드인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사석에서 처음 만난 두 레전드가 서로의 종목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것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의미로 축구공과 농구공을 바꿔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반가워요, 형. 1998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현대-기아) 때였던가요. 눈두덩이가 찢어지고 손도 부러졌던 형이 기가 막힌 턴 동작으로 결승 득점을 넣었던 게 제가 기억하는 인생 장면이에요.”(홍명보)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남자농구대표팀 감독(55)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51)가 지난달 30일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를 잘 알면서도 사석에서는 처음 만났다는 두 사람은 옛 기억과 함께 대한민국의 레전드 스포츠 스타로서 각각 농구와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둔 것도 같다. 허 전 감독의 두 아들은 모두 농구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남 허웅(DB)은 이번 시즌 팀이 공동 1위로 마치는 데 기여했다. 허훈(KT)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홍 전무의 두 아들은 평범한 학생이다.

“나도 처음에는 농구를 안 시키려고 했다. 아내가 시킨 건데 선수라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힘들다. 잘 성장해 준 아들들이 고맙다.”(허재)
가는 길은 달라도 아들을 향한 애틋한 애정은 똑같았다.
하지만 실패 이후 둘은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허 전 감독은 “언젠가는 농구판으로 돌아가서 농구 인기 회복, 유소년 농구 발전 등에 힘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행정가로 변신한 홍 전무도 “운동장이 아닌 곳에서 일하면서 ‘나(I)’만이 아닌 ‘우리(WE)’를 배우게 됐다”며 “형도 경기인 출신 행정가로 농구 발전에 기여하면 어떨까”라며 즉석에서 권유했다. 허 전 감독은 “해보지 않았던 생각인데 좋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축구와 농구를 넘나들며 밤늦도록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