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0주년/글로벌 인터뷰] <2>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44세 나이에 총리직에 오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본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캐나다 총리실 제공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트뤼도 총리는 “더 나은 미래와 더 번영된 조국을 믿었기에 이 정치적 모험을 시작했다”며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고 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도 직면하지만 리더라면 이런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현안인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보여준 효과적인 방역은 전 세계의 본보기”라며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모든 국민이 성공 기회 얻도록 남녀 동수-다양성 내각 꾸렸죠” ▼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캐나다를 이끌고 있는 40대 지도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역동적이다. 캐나다 총리실이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린 사진 자료 9000여 장 중 상당수는 트뤼도 총리가 넥타이를 풀거나 소매를 걷은 차림으로 대중들과 대화하며 어울리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이런 ‘젊은 카리스마’는 미래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주요한 힘이다. 그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는 “지금까지 해온 것이 쉬운 길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민들의 열정과 개방성, 다양성은 내가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나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그의 꿈은 모든 국민이 성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더 번영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역과 투자를 통한 한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한국과 연구 및 혁신분야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승리해 재집권에 성공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왼쪽)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부인 소피 그레구아르 트뤼도 여사와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평소 ‘자상한 가장’으로 잘 알려진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12일 부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자 함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몬트리올=AP 뉴시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캐나다 정부는 건강,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나는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고 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백신 개발과 치료가 시급한 우선순위 과제라는 점, 세계 모든 나라가 보건 연구와 과학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경험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맞서 싸우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이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캐나다의 동맹국이며 나는 문 대통령과 한국 국민이 코로나19에 대해 확고하고도 적극적인 방역에 나선 결과 최근 새로운 확진자 수가 점점 줄어든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인들은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보여줬고, 전 세계 사람들은 한국을 본보기 모델로 삼고 있다.”
―캐나다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총리로서 나라를 이끌고 있는데 그 젊은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10년 전 더 나은 미래와 더 번영된 조국을 믿었기 때문에 이 정치적 모험을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을 위해 일해 온 것은 내 인생의 큰 영광이었다. 쉬운 일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고 때로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도 직면한다. 그러나 리더라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매일 캐나다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개방성과 다양성의 가치가 우리의 원칙에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느끼고 있다. 이는 내가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나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젊은 정치인들이 부상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34세 여성 총리가 탄생하기도 했다. 글로벌 정치에서 이런 세대교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우리 모두는 나이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다. 전 세계에는 모든 연령대의 지도자들이 있고 우리 모두는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2015년 선거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과 편안한 은퇴 보장,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총리를 원했기 때문에 우리 당을 지지했다.”
―당신은 국내외 정치 무대에서 진보 정치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관련 정책들을 끌고 나갈 생각인가.
―다양한 출신의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했고, 남녀 비율을 1 대 1로 구성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펼치려는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캐나다인 5명 중 1명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캐나다로의 이민을 선택한 사람이다. 이들 덕분에 에너지 넘치고 진보적이며 다양한 우리의 도시들이 ‘세계의 창문’이 됐다. 그것이 우리가 캐나다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내각을 가진 이유다. 또한 나는 남녀평등의 실현이 최우선 과제이며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정책 결정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취임하면서 남녀 각각 15명으로 내각을 구성했다. 당시 ‘왜 남녀 동수로 내각을 구성했느냐’는 질문에 그가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Because it’s 2015)”라고 대답한 것은 그의 진보성을 상징하는 일화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주년이 되는 해다. 양국 경제 교역의 미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과의 FTA는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유대를 강화했다. 한국은 그 자체로 주요한 경제 주체이자 캐나다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잘 자리 잡는 것은 캐나다의 장기적인 경제 번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역과 투자 분야를 통한 한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특히 연구 및 혁신 분야의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캐나다는 유학생과 관광객들의 교류가 활발하고 K드라마나 K팝 같은 문화 교류가 활발한데 최근 접한 한국 문화가 있는지.
“두 나라는 그런 교류를 바탕으로 국민 간의 강력한 연계를 갖고 있다. 20만 명의 한국계 캐나다인이 보여주는 활기찬 공동체 활동과 공헌은 여러 분야에서 매우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는 한국인들이 영화 ‘기생충’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캐나다인 역시 우리의 작은 공헌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다시피 (‘기생충’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최우식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 자랐다. 우리는 그를 캐나다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
―캐나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며 한국을 도왔던 나라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에 양국은 앞으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가.
“캐나다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캐나다는 한반도의 지역 문제를 포함한 안보에 대해 한국과 계속 협력하고자 한다. 양국은 상호 훈련, 공식 방문, 정보 교환 등의 국방 분야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동아일보는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동아일보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