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구니’의 전복구이와 쑥갓.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대표
누구나 아는 식재료를 세심히 연구하고 그 컬러와 생리를 재발견해 꾸준히 요리해온 김기호 셰프를 만났다. ‘늦깎이 셰프’라는 그는 젊은 후배들처럼 요리학교 출신이 아니기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료를 찾고 만들어보는 ‘실험 주방’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쑥도 어린 쑥과 다 자란 쑥의 맛과 색상이 다르듯 식재료의 성장에 따른 맛과 특징이 다르다. 그는 이 체험을 요리에 적용하기 위해 7년 전부터 경기 고양시에 마련한 자신의 텃밭에서 나는 채소로 식당 밥상을 차리고 있다.
얼마 전 맛본 식당 ‘초록바구니’ 식사에서는 현미 칩(chip) 위에 비트청을 살짝 바르고 싱싱한 딸기를 올린 애피타이저, 싱싱한 쑥갓 샐러드에 올린 부드러운 전복구이와 찐찹쌀튀밥, 통감자로 만든 수프에 오른 한우안심구이,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은은히 감도는 아이스크림 등이 이어졌다. 김 셰프의 음식은 무척 밝다. 음식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도 돌아온 계절을 알 수 있다. 눈에 튀는 현란한 컬러는 아니지만 식재료 본연의 색을 알게 해준다.
요즘 음식은 한식인지 양식인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장난치듯 섞어놓은 응용음식에 싫증날 때도 있다. 초록바구니의 요리는 새로운 시도지만 깊이가 있고 화사하되 수선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다음 날 속이 편한 음식이니 종갓집 간장처럼 오래 지속되고 시간과 함께 깊이를 더해갈 듯하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대표
○ 초록바구니=서울 용산구 이촌로84길 9-18, 02-790-3421. 한정식 5만5000원, 초록정식 3만3000원, 테이스팅 메뉴 8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