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소식통 “美, 타결 미루는 상황”… 주한美사령관 “김칫국 마시지 말라” 靑 NSC “분담금 조기매듭 노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최종 타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한미 협상 실무진이 앞서 올해 적용되는 분담금을 1조2000억∼1조3000억 원 정도에 잠정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다년 계약으로 맺되 연간 상승률을 대폭 올리는 식으로 견해차를 좁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2일 “지난달 30, 31일 실무선에서 (올해분) 총액을 1조 원대로 이견을 좁혔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초기에 제시한 5조 원과 수정 제의한 4조 원대 안팎에서 대폭 줄어든 액수다. 그러나 인상률로 따지면 지난해 분담금 1조389억 원에서 20% 정도 증가했다.
정부가 다년 계약을 하며 매년 상승 폭을 설정할 지표를 거듭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타결한 10차 SMA는 국방비 인상률 8.2%를 반영했지만 1년짜리 계약이었기 때문에 연간 상승률 개념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잠정 합의를 공개 언급하는 기류를 보이자 워싱턴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방위비 협상 타결 발표 예상 보도가 국내 언론에서 나오자 미국이 ‘협상의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취지로 불쾌감을 표한 뒤 타결을 미루는 상황”이라고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일 트위터에 “달걀이 부화하기 전 닭의 수를 세지 말라는 미국 표현처럼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글을 올렸다. 협상 잠정 타결 소식을 먼저 전하려 한 한국을 우회 비판했다는 말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1일(현지 시간) 언론에 “한국과의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방위비분담금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