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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BC와 AC로 나뉠것… 팬데믹에 美우선주의 작동 힘들어”

입력 | 2020-04-03 03:00:00

[창간 100주년/글로벌 인터뷰]
<3> 토머스 프리드먼 NYT 칼럼니스트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15년 6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세계화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화의 종식을 앞당길 것이란 일부 전망과 달리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신화 뉴시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토머스 프리드먼(67)의 모습이 등장했다. 턱선이 아슬아슬하게 잘린 채 다소 균형이 안 맞는 모습이었다. 화상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앉았지만 얼굴 정면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탓이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지던 그는 “기술사회에 대한 글을 참 많이 썼지만 막상 화상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껄껄 웃었다. 각종 저서와 칼럼에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바꿔놓을 미래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지식인의 모습으로는 의외였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뤄진 프리드먼과의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워싱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서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화상으로 연결돼 있는 것 자체가 세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코로나19로 세계화가 퇴보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기술을 보석처럼 다루면서 글로벌하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세계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신은 최근 BC를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AC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로 부르며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뀐다고 보나.

“지금 화상 인터뷰가 보여주고 있는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실제로 해보니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알겠다. 사람들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고, 코로나19 이후의 학교와 사무실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다소 사회주의화돼 가고 있다.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사실상의 ‘기본소득’을 만들어낸 셈이다. 국가적 차원의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미국 사회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원격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로 대면소통과 스킨십이 줄어들면 부작용은 없을까.

“나는 비대면(virtual) 사회의 신봉자는 아니다. 그러나 원격 시스템의 사용은 가족이나 이웃과 더 많은 대면소통을 하고 인간관계를 쌓을 시간을 벌어준다. 출퇴근 시간만 자유롭게 쓸 수 있어도 다른 업무나 건강관리 같은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요즘 아내와 매일 1시간씩 산책을 하며 자택대피령 생활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입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화 흐름과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경제와 교역 같은 특정한 분야에서만 보면 세계화가 퇴보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계화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개인 간의 세계화는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우리가 서로 얼마나 상호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술이 근사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자동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가치를 그 기술에 부여하느냐에 달렸다.”

―개인 간의 소통을 넘어서는 더 넓은 의미에서도 미래에 세계화의 가치는 유지될까.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세계화는 끝난 게 아니냐는 지적은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마다 어김없이 나왔다. 내가 2005년에 ‘세상은 평평하다’라는 책을 쓴 이후 세상은 평평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책과 논문들이 쏟아졌다. 세상은 뾰족뾰족하고 울퉁불퉁하다면서 나의 주장을 공박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 주장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없다. 기술이 갖는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서 섣불리 세계화가 끝났다고 예단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계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을 보석처럼 다루면서 글로벌하게 행동한다면 세계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우며 코로나19 발병 이전부터 사실상 세계화에 역행하고 있지 않은가.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작동하기 어렵다. 미국 우선주의는 어느 때보다 어리석게 들린다. 그것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미국만 외톨이가 되는 것(America Alone)이다. 연말 미국 대선에서 다른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지금의 대외정책 기조는 변할 것이다.”

―세계화된 미래 사회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저서에서 브라인(BRINE·Bio Robot Info Nano Energy) 같은 개념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냉전 이후 등장했던 4개의 큰 이론부터 이야기해 보자.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있었고 이어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이론이 나왔다. 세 번째로 로버트 캐플런을 들 수 있다. 그는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 같은 저서에서 미래 무정부 상태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마지막이 ‘작은 토미’(프리드먼 본인)가 말하는 세계화다.

세계화된 미래 사회에서는 기존의 가치와 새로운 기술이 충돌한다. 가족과 부족, 지역사회의 신뢰 같은 가치들이 새로운 기술과 교직(intersecting)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긴장을 유발할 것이고, 이들이 상호 교직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과 가치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다음 세기의 스토리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 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세계화 현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시스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바뀌고 있다. 다음 세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700년대 산업혁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주요한 도구라고는 증기기관밖에 없었다. 그때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32세였으니 3세대가 한 가지 도구를 같이 쓴 셈이다. 이제는 한 세대가 32개의 다른 도구를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환경에서 일자리는 찾는 게 아니라 만들고 발명해 가는 것이다. 미래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평생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이든 배우려는 욕구를 갖는 게 중요하다. 배움을 사랑하게 만들어라. 자발적 동기 부여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인생의 기술이다.”

―그런 일자리의 변화는 ‘공유경제’ 같은 새로운 개념과도 맞물릴 것 같은데….


“공유경제는 분명히 이런 변화의 한 부분이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가보면 숙소 정보의 공유, 예약하는 기능 외에 ‘경험’이라는 또 다른 버튼이 있다. 거기를 눌러보면 김치 담그는 법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열정으로 돈을 버는 일종의 ‘열정의 현금화(passion monetizing)’를 하고 있다. 이런 것들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일이 될 수 있다.”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가는 정치 지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 전통 미디어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런 시기야말로 뉴욕타임스, 그리고 한국의 뉴욕타임스인 동아일보가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우리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도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한국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인들은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한국은 엄청난 위기에 민주적으로 잘 대응해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다. 권위적인 모델은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적 방식으로 이를 이뤄낸 더 좋은 사례는 없다. 이것은 한국이 이 세상에 주는 큰 선물이기도 하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감사함을 전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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