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이들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필하모닉 단원들로 각자의 집에서 이어폰을 꽂고 서로 연주하는 영상을 보며 화음을 맞췄다. 단원들은 “우리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하며,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일제히 응원과 감사의 댓글로 화답했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 갇혀 있다시피 해도 디지털을 통해 심리적 고립을 피하고 멀리서라도 함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을 시작으로 각국 가수들은 ‘집에서 함께’라는 해시태그인 ‘TogetherAtHome’을 붙여 집에서 즉석 공연을 펼친 영상을 올렸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조성진 등도 동참했다. 이들은 의료진에게 경의를 표했고 환자의 건강을 기원했으며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다.
개인들도 신체적으론 떨어져 있지만 디지털을 통해 어울리고 있다. 재택근무로 최근 이용이 폭증한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의 경우 ‘줌 북클럽’ ‘줌 요가’ ‘줌 피트니스’ 등으로 발전했다. 미리 정해놓은 시간에 각자의 줌을 켜고, 동시에 무언가를 함께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혼자의 동굴’에 침잠해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 질병에 대한 공포,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뒤바뀐 일상 등에 따른 ‘코로나 블루’까지 겹치면 더 그렇다. 스스로 사색하는 고독(solitude)은 긍정적이지만 무리에서 떨어져 느껴지는 막막한 외로움(loneliness)은 혼자 극복하기 힘들 수 있다.
디지털의 쓸모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자밀 자키 스탠퍼드대 사회신경과학연구소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신체적 거리 두기(physical distancing)로 칭하고, 멀리서 교류하기(distant socializing)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지언정 심리적인 거리까지 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코로나19가 20년 전 발생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 있을까. 당시 인터넷은 존재했지만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플랫폼은 거의 없었다. 집에 갇혀 소통하려면 전화나 문자, e메일로 안부를 묻는 게 고작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려면 고도화된 통신 기술이 필요하지만 당시 통신 속도는 512Kbps에 그쳤다. 영화 한 편 내려받으려면 30분 안팎이 걸렸지만 이젠 몇 초면 충분하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과 혁신적인 서비스로 할만 한 게 꽤 많아졌다. 디지털이 갖가지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도록 돕는 데에 있을 것이다. 디지털의 쓸모에 새삼 집중해야 할 이유를 지금의 코로나19가 보여주고 있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