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2] 격전지 현장을 가다-서울 광진을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가 2일 서울 광진구 자양골목시장에서 상인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고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촛불을 지키고 문재인 정부를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외쳤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고민정 후보는 홀로서기 못 하는 아기 캥거루 같은 정치인.”
정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서울의 대표적인 격전지인 광진을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는 서로를 향해 시작부터 날을 세웠다. 광진을은 최근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이내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초박빙 승부처. 서울대학생진보연합 등 진보단체들의 통합당 선거운동 방해 논란이 처음 제기된 지역구이기도 하다.
고 후보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친문(친문재인) 핵심 게스트’를 총동원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오전 7시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진행된 출정식에 함께한 임 전 실장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오 후보를 저격했다. 임 전 실장은 한때 광진을 민주당 후보로 거론됐다. 유세차에 오른 임 전 실장은 “오 후보는 (대권 도전 때문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콩밭 정치’ ‘과객 정치’”라고 했다. 출정식에 이어 열린 ‘공약이행 정책협약식’에 참석한 양 원장은 “집권당이 고 후보의 공약을 책임지고 뒷받침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이어진 현장 유세에는 불출마하는 원혜영 강창일 의원도 동행했다.
유세에 나선 고 후보는 상인들에게 “어머니 또 왔어요”라며 딸같이 친근한 모습을 부각시켰다. 고 후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운동 첫날이 되니 심장이 뜨거워진다”며 ‘지역구 공약이 부족하다’는 오 후보 측의 공격에 “제가 의원이 되면 오 후보 측에서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 후보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출정식에는 30명 안팎의 관계자만 초대했다. 고 후보가 유세를 하고 지나간 자양골목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최영춘 씨(54)는 “뒤늦게 출마 여부가 정해졌지만 안착을 잘하고 있다. 이 동네가 워낙 민주당색이 강해 고 후보가 잘될 것 같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퇴근길 유세를 펼치다 시민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오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진짜 일꾼 오세훈”을 강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유세차에 오른 오 후보는 고 후보를 향해 ‘가짜’ ‘초보’라며 자신이 ‘진짜’ ‘베테랑’ 후보라고 했다. 오 후보는 “고 후보는 엄마 배 속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민 아기 캥거루 정치인이다. 허깨비에게 투표하시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후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 후보는 한 달 반 전까지만 해도 서울 동작을에 출마할지, 광진을에 할지 헷갈려 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은 1년 전부터 광진을에서 뛰었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유세차를 시속 20km로 달리며 거리의 시민들에게 “진짜 일꾼 오세훈입니다”라고 홍보했다. 자영업자 박모 씨(64)는 “자양동 일대에선 오 후보가 이길 거란 얘기가 많다. (현 지역구 의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찍어오던 나이 많은 분들이 이번에 고 후보로 바뀌어 헷갈려 한다”고 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코로나19 여파로 거리가 텅텅 비었다. 오 후보는 유세차를 돌려 인근 아파트 단지로 갔다. 오 후보가 “주민 여러분, 오세훈이 왔습니다”라며 유권자들을 불러내자 오 후보의 목소리를 들은 일부 주민이 창을 열고 손을 흔들며 “오세훈”을 외쳤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벽에 대고 소리친다고 해서 일명 ‘벽치기’라고 한다. 고 후보 같은 선거 초보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