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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대리광고… 꼼수 매뉴얼… 거대 정당들이 총선 희화화

입력 | 2020-04-03 03:00:00

[총선 D―12]4·15 총선 유세 첫날부터 비례 논란




민주당-시민당 ‘쌍둥이 버스’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공개한 ‘쌍둥이 버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기호인 1, 5번을 함께 노출시켰고 정당 이름 표시(원 안)가 닮은꼴이다. 유튜브 캡처

Q.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1번 윤주경 후보는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의 황교안 후보와 동행할 수 있나.

A. 동행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88조는 ‘후보자가 다른 정당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2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체 선거법 관련 질의응답이다. 미래한국당은 “황 대표와 윤 후보는 동행할 수 있고 그 대신 상대방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지 않으면 된다” “종로 전통시장에서 유권자가 황 대표, 윤 후보에게 동시에 사진 촬영을 요청해도 사진 촬영은 선거운동이 아니어서 찍을 수 있다” 등의 설명을 담았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양당의 선거운동은 ‘따로 또 같이’라는 문구로 압축할 수 있다”며 “자신이 속한 정당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난립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운동 첫날부터 ‘꼼수 매뉴얼’을 발간한 셈이다.

통합당-한국당 ‘둘째칸’ 강조 2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당 행사에 참가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의 가슴에 ‘이번에는 둘째 칸입니다’ 문구가 보인다. 투표용지 두 번째 칸을 차지한 미래통합당과 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함께 호소한 것이다.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날 통합당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이 아직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형제 정당’이고 투표용지의 두 번째 칸에 있는 정당이다. 허용된 선거법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통합당과 똑같은 ‘해피핑크’ 색깔 점퍼를 제작하면서 기호는 뺐다. 그 대신 탈부착이 가능한 스티커를 준비했다. ‘따로 또 같이’ 현장 유세에 나서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도 ‘꼼수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 이날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공개한 ‘쌍둥이 버스’는 숫자 1과 5를 담고 있어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거법상 정당 업무용 버스에는 정당명, 전화번호, 정책 구호를 담을 수 있는데 자칫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기호인 1, 5번을 홍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시설물에 해당하는 버스로 서로 다른 정당을 홍보한 것도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인지 질의가 많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래한국당도 통합당의 해피핑크 색상을 입힌 버스로 권역별 유세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받고 업무용으로만 쓰기로 했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 정당 광고를 할 수 없는 민주당은 지역구 후보들에게 전원 인터넷 광고를 지시하면서 ‘코로나 전쟁 반드시 승리합시다’ 등 중앙당 메시지를 넣으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리광고’를 통해 선거법 위반을 피해 가려는 꼼수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과 시민당이) 선거대책회의를 아예 함께하는 모습을 봤는데 선관위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라 조금 놀랐다”며 “민주당은 저희보다 더 노골적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차례 공약 수정으로 졸속 논란을 빚은 더불어시민당은 또 다른 범여권 비례대표정당인 열린민주당과 선거운동 첫날부터 누가 민주당의 ‘적통’이냐를 두고 말싸움의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더불어시민당 김홍걸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 민주당과 같은 목표를 지향한다”며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신 분들이 탈당해서 만든 열린민주당은 정치 도의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민주당이란 옷을 입었으니 내용을 보지 말고 무조건 찍어 달라는 건 무척 오만한 자세”라며 “갑의 정치”라고 주장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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