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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강홍구]MLB, 다양한 팬 서비스… KBO는?

입력 | 2020-04-03 03:00:00


강홍구 기자·스포츠부

“야구의 가장 위대한 점은 매일 위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1951년부터 30년 넘게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클리블랜드 등 4개 구단 단장을 지냈던 게이브 폴이 남긴 명언이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야구의 매력을 잘 함축했다는 평가다. 그런 야구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시범경기가 취소됐고 개막도 무기한 연기됐다. 리그 축소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암울하지만 MLB 사무국의 대처는 참신하다. 시즌 개막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발 빠르게 다양한 즐길 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팬’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대표적인 예가 2018, 2019시즌 MLB.TV의 영상 무료 공개다. 두 시즌 약 4800개의 경기를 팬들이 마음껏 꺼내볼 수 있게 했다. 지난 시즌 MLB.TV의 연간 사용료는 119달러(약 15만 원)였다. 추가로 유튜브를 통해 놓치지 말아야 할 명승부를 구단마다 5경기씩 소개하기도 했다. LA 다저스를 예로 들면 커크 깁슨의 끝내기 홈런이 나왔던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 2014년 6월 클레이턴 커쇼의 노히트노런 경기 등이다. 이 밖에도 MLB.com을 통해 ‘최고의 패스트볼 투수는 누구? 최고의 슬라이더 투수는 누구?’ 등 팬들이 주목할 만한 논쟁거리들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2020시즌 개막일로 잡혔던 지난달 27일에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팬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야구는 당신을 위해 계속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팬 서비스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선수들도 있다. 시애틀 투수 댄 알타비라, 1루수 에번 화이트 등은 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린 팬들에게 자신의 훈련 노하우를 영상으로 소개했다. 팬들도 과거 야구장에서 찍었던 사진에 ‘오프닝데이앳홈(Openingdayathom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며 개막을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했다. 2일 현재 1만2500여 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됐다.

국내에서도 구단별로 자체 청백전을 생중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KBO리그 전체 차원의 노력은 팬들이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해외에서 보인 ‘유일하게 야구 생중계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관심에 들뜬 채 팔짱만 끼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강홍구 기자·스포츠부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