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 관심도 및 투표참여 의향’ 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10명중 7명(72.7%)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18~29세 52.8%, 30대 71.3%, 40대 77.0%, 50대 73.8%, 60대 83.8%, 70세 이상 82.5%인 것으로 나타났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외국민 중 절반이 투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유권자의 투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4·15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양당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데다 코로나19 방역 문제, 경제대책 등을 놓고 보수·진보 진영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지지 정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심리가 유권자의 투표 의사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투표 열기가 실제 투표율로 이어지면 총선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다’는 정설이 대부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이 강한 30~40대에서 적극 투표 의사를 내비친 유권자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도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 투표층 비율은 선거마다 상승하고 있지만 70%대라는 수치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 투표율은 적극 투표층 비율보다 낮게 나오지만 이번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4·15 총선 투표율은 60%를 웃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로 유권자 의식조사의 적극 투표층 비율(56.9%)보다 2.7%p 낮았고, 20대 총선 투표율은 58.0%로 적극 투표층 비율(63.9%)보다 5.9%p 낮았지만 둘 다 큰 격차는 아니었다. 4·15 총선 투표율과 적극 투표층 비율이 과거 총선과 비슷한 격차를 보인다면 고무적인 투표율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현실화할 수 있다.
적극 투표층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모순적이게도 코로나19가 꼽힌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선거 환경은 나빠졌지만 방역 문제, 경기 대응책을 놓고 보수·진보 진영이 각을 세우면서 유권자들도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투표’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선 프레임 자체도 ‘정권 수호’대 ‘정권 심판’ 구도로 굳어지고 있기도 하다.
총선이 253개 지역구에서 각각 승패가 갈리는 만큼 투표율 상승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진보층이 두꺼운 30~40대의 투표 의향 증가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투표율 상승은 민주당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30~40대 적극 투표층 비율은 30대가 71.3%, 40대가 77.0%로 지난 총선 전 실시된 조사보다 무려 11.7%p, 13.8%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 연령대 중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30~40대를 중심으로 투표율이 상승할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구도로 선거판이 짜이면서 선거가 박진감 있게 흘러가고 있다.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을 중심으로 뭉칠 수가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사표가 줄면서 투표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 적극 투표층 비율이 70% 정도 나왔으니 실제 투표율은 60% 정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도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했던 게 사실”이라며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진보 성향이 강한 연령대가 30대와 40대다. 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조사된 것과 실제 투표율은 크게 연관이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인용한 유권자 의식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무선전화와 유선전화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고 응답률은 15.0%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