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으로 본 서울/최열 지음/436쪽·3만7000원·혜화1117
서울 종로구의 한옥을 수리한 ‘혜화1117’ 사옥에서 2일 만난 미술사학자 최열. 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서울의 옛 이야기를 줄줄이 꿰고 있는 최 씨를 보고 출간을 제안했다. 첫 원고를 받은 것이 2018년 12월이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근대미술의 역사’(열화당), ‘이중섭 평전’(돌베개)의 저자인 미술사학자 최열(64)의 새 책이 출간됐다. 겸재 정선은 물론 북산 김수철 등 화가 41명의 작품 125점을 수록했다. 조선시대 서울 그림을 모은 첫 책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1117’ 사옥에서 2일 만난 최 씨는 책의 시작을 2002년 하나은행 사보라고 설명했다.
연재는 서울뿐 아니라 관동팔경, 단양팔경 등 조선 전역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 ‘이중섭 평전’으로 인연을 맺은 이현화 혜화1117 대표의 제안으로 서울에 관한 글을 모으기로 했다.
연재 과정에서 최 씨는 그림 속 장소를 답사해 보고 숨은 작품을 찾으려고 발품을 팔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그는 심사정의 그림 속 실경을 추적한 일을 꼽았다.
“심사정은 실경을 그린 적이 없다고만 이야기 됐죠. 그런데 ‘경구팔경첩’은 서울을 그린 화첩임에도 구체적 장소에 대한 연구가 없어 그것을 직접 찾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그는 그림은 기본적으로 실제 경치를 대상으로 하며 특수한 경우가 관념 산수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굳이 ‘실경’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현재 심사정의 '천연동 반송지'
겸재뿐 아니라 다양한 화가의 그림이 수록된 것도 특징이다. 그는 “겸재의 그림 대부분은 주문에 의한 것이었다”며 “겸재의 작품도 훌륭하지만 화원 등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에서도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림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파고들기보다 그림 속 서울에 관한 역사적 이야기를 적절히 버무려 일반 독자의 흥미를 끈다. 그는 요즘처럼 야외 활동이 어려운 때 책으로나마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옛 그림을 보며 시간 여행을 떠나곤 했죠. 책을 읽는 모든 이와 함께 아름다웠던 한양의 감동을 누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