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1999년 종합베스트셀러 7위(교보문고 기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 엮음/136쪽·9000원·열림원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
시작은 시(詩)였다. 대학 졸업 후 중학교 임시교사로 근무하던 중 “시를 써야 할 시간에 자음접변과 구개음화를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 괴로웠던” 류 시인은 우연한 만남으로 영적인 내용을 담은 잡지를 만들게 된다. 그 후 정신세계사의 초대 편집장으로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기획, 번역하면서 출판기획자로서도 이름을 알린다. 법정 스님과 틱낫한 스님의 글을 소개하기도 하고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에서는 북미 인디언들의 말을 모아 현대인의 삶을 일갈하기도 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요리한 것도 그였고,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들려준 것도 그였다. ‘오쇼 라즈니쉬’ 열풍 뒤에도 그가 있었다. 자신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90년대 내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 했던 시인의 말을 진정으로 실천한 이가 얼마나 될지 의심하곤 한다. 시인은 아집과 무명의 집을 부수라고 망치를 주었지만, 많은 이들은 그걸 갖고 부서진 자존심의 집을 수리했을 것이다. 혁명가의 사상이 오히려 현 체제의 유지를 돕는 일은 낯선 광경이 아니다. ‘작은 나’를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욕망은 1990년대를 넘어서도 자기 상처 핥기에 여념이 없다.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