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송재윤 지음/366쪽·2만2000원·까치 ◇중일전쟁: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래너 미터 지음·기세찬 권성욱 옮김/528쪽·2만5000원·글항아리
1949년 10월 1일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기념식에서 마오쩌둥 국가주석이 톈안먼 성루 위에 서서 연설문을 읽고 있다. 동아일보DB
중국의 오늘을 알기 위해서는 현대 중국을 만든 근원을 들여다봐야 한다. 두 책은 저자의 국적도 강조점도 다르지만 시계열적으로 이어진다. 옥스퍼드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쓴 ‘중일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태평양의 전쟁에 가려 망각된 전쟁의 실체를 다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인 저자의 신간 ‘슬픈 중국’은 국공(國共)내전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이 나라를 격랑에 빠뜨린 문화대혁명의 전야까지를 다룬다.
‘슬픈 중국’이란 제목에서 이미 저자의 관점은 대부분 드러난다.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적 인민 통제에는 그 성립 과정에서부터 비롯된 역사적 기원이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앞선 왕조들처럼 내전을 통해 성립됐다. 국민총선거처럼 그 합법성을 뒷받침할 절차는 없었다. 국공내전 중 공산군의 비인도성에도 저자는 돋보기를 들이댄다. 12만∼30만 명이 봉쇄에 따라 굶어죽은 ‘창춘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이 비극들의 배경에는 인권을 ‘사악한 이기심의 발로’로 치부하는 원천적 비인간성이 깔려 있다는 게 이 책의 시각이다. 지금도 중국은 인간을 ‘인민’과 ‘적인(敵人)’으로 구분한다. 사회에 암세포처럼 퍼져 있다는 적대세력을 늘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개인숭배가 재연되고 마오쩌둥이 다시 소환되는 오늘날, 억압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이 책은 질타한다. 저자는 문화대혁명기와 그 이후의 중국을 조명하는 책 두 권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슬픈 중국’과의 연결고리는 중일전쟁의 중국 측 지도자였던 세 사람을 살펴보면 견고해진다. 처음 일본과 맞설 유일한 주인공으로 여겨진 장제스는 대만으로 쫓겨 갔다. 마오쩌둥은 승자로서 ‘슬픈 중국’의 주인공이 되었다. 저자는 또 한 사람, 왕징웨이(汪精衛)에게 주목한다. 그는 전면전이 승산이 없다고 보고 친일외교의 주역이 되었지만 결국 배신자로 역사 속의 운명을 다했다. 그 또한 전쟁의 모습을 규정한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