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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억압과 색출… 중국 현대사의 불편한 진실

입력 | 2020-04-04 03:00:00

◇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송재윤 지음/366쪽·2만2000원·까치
◇중일전쟁: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래너 미터 지음·기세찬 권성욱 옮김/528쪽·2만5000원·글항아리




1949년 10월 1일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기념식에서 마오쩌둥 국가주석이 톈안먼 성루 위에 서서 연설문을 읽고 있다.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불거졌을 때 중국 당국이 취한 행동은 이를 알린 의사를 체포하는 일이었다. 이후 중국은 이 전염병 진압의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있지만 그 실상에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가 중국과 그 지도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등 지구촌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발언도 잇따른다. 주요 2개국(G2)을 넘어 세계 ‘원톱’을 꿈꾸는 이 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중국의 오늘을 알기 위해서는 현대 중국을 만든 근원을 들여다봐야 한다. 두 책은 저자의 국적도 강조점도 다르지만 시계열적으로 이어진다. 옥스퍼드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쓴 ‘중일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태평양의 전쟁에 가려 망각된 전쟁의 실체를 다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인 저자의 신간 ‘슬픈 중국’은 국공(國共)내전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이 나라를 격랑에 빠뜨린 문화대혁명의 전야까지를 다룬다.

‘슬픈 중국’이란 제목에서 이미 저자의 관점은 대부분 드러난다.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적 인민 통제에는 그 성립 과정에서부터 비롯된 역사적 기원이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앞선 왕조들처럼 내전을 통해 성립됐다. 국민총선거처럼 그 합법성을 뒷받침할 절차는 없었다. 국공내전 중 공산군의 비인도성에도 저자는 돋보기를 들이댄다. 12만∼30만 명이 봉쇄에 따라 굶어죽은 ‘창춘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중국 인민의 처지는 ‘해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토지개혁 과정에서 최소 30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0∼1953년 반혁명 진압 운동에서는 70만∼200만 명이 처형되었다. 이는 서론에 불과했다. 자립을 통한 경제성장을 충동질한 1958∼1960년의 대약진운동에서는 최대 4500만 명이 굶어죽었다. 토론의 자유를 일시 허용했던 ‘백화제방’ 운동은 반항자를 색출할 쉬운 도구가 되었다.

이 비극들의 배경에는 인권을 ‘사악한 이기심의 발로’로 치부하는 원천적 비인간성이 깔려 있다는 게 이 책의 시각이다. 지금도 중국은 인간을 ‘인민’과 ‘적인(敵人)’으로 구분한다. 사회에 암세포처럼 퍼져 있다는 적대세력을 늘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개인숭배가 재연되고 마오쩌둥이 다시 소환되는 오늘날, 억압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이 책은 질타한다. 저자는 문화대혁명기와 그 이후의 중국을 조명하는 책 두 권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중일전쟁’의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나아가 오늘날 세계를 규정한 중일전쟁의 세부와 중국인들의 영웅적인 투쟁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전쟁 발발부터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기까지 4년간, 중국은 일본의 80만 병력을 묶어두었다. 연합군의 승리는 중국의 희생 없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슬픈 중국’과의 연결고리는 중일전쟁의 중국 측 지도자였던 세 사람을 살펴보면 견고해진다. 처음 일본과 맞설 유일한 주인공으로 여겨진 장제스는 대만으로 쫓겨 갔다. 마오쩌둥은 승자로서 ‘슬픈 중국’의 주인공이 되었다. 저자는 또 한 사람, 왕징웨이(汪精衛)에게 주목한다. 그는 전면전이 승산이 없다고 보고 친일외교의 주역이 되었지만 결국 배신자로 역사 속의 운명을 다했다. 그 또한 전쟁의 모습을 규정한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