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1]격전지 현장을 가다 - 서울 강남갑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왼쪽 사진)와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파트 지역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당보다 사람”을, 태 후보는 “인물과 정당”을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태구민(태영호) 후보는 북한 정권을 붕괴해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험한 발상이다.”
“정책, 인물, 정당 대결로 품위 있는 선거를 하자. 급진적 통일이나 북한 붕괴를 말한 적 없다.”
4·15총선 선거운동 이틀째인 3일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와 미래통합당 태구민 후보가 나란히 청바지를 입고 맞붙었다. 김 후보는 이날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층이 밀집한 강남구 남쪽 지역을, 태 후보는 북쪽의 아파트 밀집촌을 집중 공략했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지며 기선을 잡는 전략을 펼친 셈이다.
○ 김성곤 “당선되면 종부세 내릴 것”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초교 사거리에서 유세 차량에 오른 김 후보는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호소했다. 김 후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에서 검증된 사람”이라며 “한 달 전에 강남에 온 사람(태구민)과는 달리 4년 동안 골목을 누비며 지역 현안을 파악하고 있는 준비된 후보”라고 강조했다. 전남 여수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2016년 총선에서 강남갑에 출사표를 냈다가 고배를 마신 김 후보는 4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다.
이날 김 후보는 아내, 딸과 함께 젊은 지지층을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를 골라 현장 유세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8년 동안 한 번도 진보 정당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인 데다 태 후보의 대중적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다.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의뢰로 실시한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 지지율은 33.7%로 태 후보(42.6%)에게 뒤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는 “지지율은 남은 12일 동안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 입장과 다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을 약속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당론이 아닌 소신으로 정치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당선돼 5선이 되면 당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당론도 이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태구민 “재건축은 성장 동력”
태 후보는 이날 오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채 신사근린공원 인근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토끼굴’에 등장했다. 1시간 전부터 사복을 입은 경호원 20여 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지만, 태 후보가 목장갑을 끼고 유세를 시작하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인사 좀 드리겠습니다. 이북에서 왔습니다.”
태 후보는 유세 차량에 오르는 대신 한강공원으로 나가 직접 유권자들을 만났다. 태 후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일방적으로 말하는 형식이 아니라 국민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저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압구정 아파트 단지를 가리킨 태 후보는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해서 새 주택이 들어서는 걸 정부는 ‘투기’로 보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재건축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의 핵심 문제는 ‘징벌적 세금’”이라며 “종부세 기준가를 12억 원 이상으로 올려 세금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태 후보를 먼저 찾아와 인사를 건넨 압구정동 주민 이모 씨(62)는 “북에서도 중책을 맡았던 분인 만큼 강남 발전에도 큰 공헌을 하리라 본다”고 했다. 하지만 역삼동에 13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 씨(54·여)는 “그동안 통합당을 지지해 왔지만 이번에는 선뜻 이북 사람을 뽑기가 망설여진다”며 “주변에도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유성열 ryu@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