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현역 의원들 험지로 재배치했지만 고전 많아 텃밭에서 험지로 옮겨 당선, 종로 정세균 외 드물어 "낙선자 속출하면 총선 후 공천 책임 논란 일 수도"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주요 현역 의원에 대한 ‘돌려막기 공천’으로 텃밭은 물론 험지까지 넘보는 총선 싹쓸이 전략을 세웠지만 예상대로 적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은 현역 돌려막기는 인지도가 높은 의원을 주요 험지에 꽂아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탈환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야당으로서 인재 영입이 쉽지 않아 인물난을 겪고 있는 속사정도 맞물려있다.
통합당에서 지역구를 바꿔 다른 선거구로 출사표를 낸 현역 의원은 주로 3선과 4선 중진으로 역대 총선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서울 양천을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달성한 김용태 의원은 서울 구로을로 배치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후보(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와 맞붙는다.
보수의 텃밭과 다름없는 서울 강남갑에서 3선을 한 이종구 의원은 경기 광주을로 차출돼 이 지역구의 현역인 민주당 임종성 후보와 중진 대 초선 대결을 펼친다.
인천의 터줏대감이자 3선을 한 안상수 의원도 중·동·강화·웅진을 떠나 동·미추홀을에서 ‘신인’으로 뛰고 있다.
지방에서도 중진들이 험지로 차출됐다. 대구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한 주호영 의원은 옆 동네인 대구 수성갑에 공천돼 김부겸 민주당 의원을 상대한다.
충청권 4선 정우택 의원은 16년간 기반을 다진 청주상당을 떠나 청주흥덕에서 이 지역 재선 도종환 민주당 의원과 경쟁한다.
이 같은 통합당의 ‘돌려막기’ 전략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성공 확률 1%에 도전한다”는 말도 나온다. 아무리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라하더라도 지역구를 바꿔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론이었다.
역대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텃밭’에서 ‘험지’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된 사례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희귀한 사례로 전해진다. 정 총리는 15, 16, 17, 18대 총선 때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내리 당선된 후 지역구를 서울 종로로 옮겨 19대, 20대 모두 당선된 바 있다.
일각에선 통합당의 선거전략이 ‘자객공천’이 아니라 ‘자해공천’으로 부작용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현역 의원을 갑자기 꽂은데 대해 해당 선거구 주민 입장에선 오히려 지역을 무시한다고 여겨 거부감에 따른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험지에는 상대적으로 호남 출신 유권자 비율이 높은 만큼 TK 출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아예 본선에 나가지도 못하고 경선에서 탈락한 사례도 속출했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의 3선 김재원 의원은 서울 중랑을로 옮겨 총선 출마를 준비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강효상 의원도 돌연 서울 중·성동갑으로 선거구를 옮겨 경선을 치렀으나 고배를 마셨다.
안상수 의원은 인천에서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긴 했으나 무소속 출마에 나선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우택 의원도 청주에서 뿌리를 깊게 내렸지만 옆 지역구로 옮기고 나선 민주당 도종환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고, 김용태 의원도 민주당 윤건영 후보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이혜훈 의원도 바뀐 지역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