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모로코에서 보낸 화물기에 한국산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의료장비를 싣고 있다. 이날 한국인 105명을 태운 모로코 여객기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으로, 이 여객기에도 한국산 의료장비가 실린다. (외교부 제공) 2020.4.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각국에서 한국 방역 협력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입국제한국’ 오명을 썼던 한국이 ‘방역모범국’으로 거듭난 셈이다.
지난달까지만해도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매일 늘어나는 탓에, 외교부는 각국에 입국제한 철회를 요청하기 바빴다. 우리 정부 노력에도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지역은 181곳까지 늘었다.
그러나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사례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위상은 달라졌다. 빗장을 걸어잠그던 각국이 ‘도와달라’며 먼저 손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120곳이 넘는 국가에서 진단키트 협조 요청이 들어왔으며,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베트남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간 통화에서 “한국의 진단 검사는 세계의 모범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며 방역 및 임상 분야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런데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에 앞장섰던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월에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갑작스럽게 금지해 이미 출발한 항공기가 회항하는 일도 있었다. 베트남이 한국 국민에 대한 14일간 시설격리를 단행해 우리국민이 불편을 겪는 사례도 많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하는 한편, 베트남 현지에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을 파견해 우리 국민들을 도왔다. 아울러 베트남 내 우리 기업 활동 보장을 위해 다각도로 교섭한 결과 베트남은 삼성, LG 등 일부 기업인들의 예외적 입국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는 우리 정부의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과 관련해 기술협력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싱가포르도 지난달 초 한국발 입국을 금지해 우리 외교부가 에릭 테오 주한싱가포르대사를 초치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상황을 직접 보고싶다며 한국에 직접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방역당국과 협의한 결과 수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3일 차관급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독일은 회의 시작 전 상당한 분량의 사전 질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전 질문지엔 진단검사 관련 9개 항목, 검역 관리 관련 8개 항목, IT지원 애플리케이션 관련 6개 항목, 사회적 거리두기, 거버넌스, 출입국 통제, 기저질환 고위험군 보호방법 등 전분야를 망라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독일이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이기도 해서 독일이 유럽 전체의 대응을 염두에 두며 한국의 경험을 듣고자 하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독일은 늘 우리가 배웠던 입장인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도 전했다.
이 당국자는 “진단 키트나 방역 물자뿐만 아니라 자가 격리자를 위한 안전 보호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도 협력 요청이 많다”며 “우리 정부는 다른나라보다 한발 앞서 안정 국면으로 들어섰고,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입장인만큼 이런 때일수록 다른 국가들을 도와야할 때”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