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오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서대문구갑) 후보가 서대문구 e편한세상 아파트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가 서대문구 홍제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총선에선 지역구 4곳 중 1곳에서 ‘숙적 리턴매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번째 대결 1곳, 5번째 대결 2곳 등 같은 후보끼리 3번 이상 대결하는 곳도 17곳에 달한다. 특히 리턴매치가 이뤄지는 곳들은 초박빙 지역이 많아 막판 ‘바람’에 따라 라이벌간 승패의 운명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선거 때마다 매번 보던 후보자들 사이에서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53개 지역구 중 같은 후보자들이 같은 지역구에서 2번 이상의 재대결을 벌이는 곳은 총 63곳(24.9%)이다. 역대 총선에서 3%이하를 득표한 후보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숙적 리턴 매치로 가장 유명한 곳은 서울 서대문갑이다. 서로 다른 해에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이성헌 전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0년 동안 6번째 대결을 벌이게 됐다. 역대 전적은 3승 2패로 우 의원의 우위. 서울 관악갑에서는 무소속 김성식 의원과 민주당 유기홍 전 의원이 5번째 맞붙었다. 김 의원은 18대와 20대에 각각 한나라당, 국민의당 소속으로 유 전 의원을 꺾었고, 이번에는 소속 정당 없이 지역구 사수를 노린다. 유 전 의원은 17대, 19대 총선에서 각각 김 의원을 이겼다.
총선에서 재대결이 많은 이유는 현역 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가 직전 총선에서 박빙의 차이로 패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63개 리턴매치 지역 중 12개 지역은 4년 전 총선에서 최종득표율 3% 이내에서 승패가 갈린 초박빙 지역이었다. 3번째 대결을 하는 서울 관악을의 통합당 오신환 의원과 민주당 정태호 후보(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비서관)는 20대 총선에서 861표차(0.7%포인트)로 당락이 결정됐다. 검사 출신들의 재대결인 경기 남양주갑 민주당 조응천 의원, 통합당 심장수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표 차이가 249표(0.3%포인트)에 불과했다. 선거 막판까지 조그마한 변수에도 당락이 바뀔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