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멘탈리티 박사‘로 손꼽히는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출처|중앙대학교 병원 홈페이지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 프로·아마추어 스포츠를 ‘셧다운’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은 막연함과 사투를 펼치며 긍정을 위해 노력한다. ‘스포츠 멘탈리티 박사’는 이 점을 경계한다.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던 KBO리그, K리그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원망하며 불확실한 매일을 살고 있다. 반대로 프로배구 V리그, 남녀 프로농구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최종전을 치르고 ‘시즌 강제종료’를 맛봤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며 일반 체육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허무함의 연속. 자연히 멘탈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수원KT위즈파크를 찾아 KT 위즈 선수들과 개인 상담을 진행했다. 한 교수는 2009년 LG 트윈스 심리 주치의로 야구와 연을 맺은 뒤 십수 년째 각종 스포츠 구단 및 선수의 멘탈 닥터 역할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상담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선수들의 고민은 대동소이하다. 코로나19가 어떤 병인지, 얼마나 위험한지도 막연할뿐더러 이러한 상황에서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할지도 막막하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니 선배,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조언하기도 조심스럽다.
상담 후 만난 한 박사는 “사람의 두려움과 불안은 ‘무지’에서 나온다. 개막이 미뤄졌거나 시즌이 끝났다. 자연히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채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애써 긍정한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라는 태도로 현실을 피하기 일쑤다. 한 박사는 이 점을 경계했다.
“심리학적으로 억지 긍정은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떠오르게 만든다. 그저 중립적으로 지금 상황을 봐야 한다. ‘개막은 미뤄졌고 언제 시작할지도 모른다. 난 그저 막연하게 훈련을 하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 냉정히 현실만 보면 된다. 모두가 같은 상황이다. 현실을 피하려고 할수록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무념무상’과는 다른 영역이다. 한 박사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주문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은 청백전이 있다’, ‘오늘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이런 식으로 눈앞의 일과만 생각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투수 A는 “막연했던 개막을 마냥 긍정적으로 기다리기만 했지만 벌써 세 번째 개막이 연기됐다. 사람인지라 지칠 수밖에 없었는데, 수용하는 게 내게도 좋겠다”고 밝혔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