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견제 저해하는 無비판적 지지… 도덕 양심 상식 들어설 여지 좁혀 親文 대량공천·비례 2중대도 ‘OK’ 진영논리, 피해의식 먹고 자란다… 깬 국민이 깨끗한 정부 가질 자격
박제균 논설주간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이게 어려워졌다. 특히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모임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가는 얼굴을 붉히기 일쑤고, 심하면 싸움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 한 묶음이 돼 두 사람을 건드렸다가는 자리가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온라인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때도 극단적인 지지 성향을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다수의 국민이 문재인 조국 얘기만 나오면 발끈하는 건 전에 없던 현상이다.
누구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할 수도 있고, 지지하다 보면 열렬히 좋아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정치인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권력이 바로 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견제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수준의, 다중(多衆)의 감정적 지지는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결국 그 권력자에게도 해가 된다. 국민의 과도한 지지에 올라타 전횡(專橫)했던 수많은 지도자의 말로가 어땠는지 고금의 역사가 말해준다.
그래서 역대 정권이 축적해온 민간 의료의 역량으로 그나마 고비를 넘긴 방역의 성과가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둔갑돼도,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에 문을 걸어 잠그지 못한 걸 합리화하느라 여태껏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며 ‘개방 방역’이라는 희한한 소리를 해도 문 대통령의 판단이 옳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당인 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천에서 사상 최악의 공천이란 평가를 받았던 2016년 친박(親朴) 공천이 우습게 보일 만큼 대량으로 친문(親文) 후보를 꽂아 넣어도 여권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조차 안 나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더구나 비례전용정당과는 담을 쌓을 줄 알았던 민주당에 비례정당 2중대까지 등장해 도덕적으로 문제 많은 사람들이 공천을 받고, 그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안은 조국을 수호한다는데도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그 정당 지지자들의 판단 기준에 도덕이나 상식보다 ‘우리 편’만 있다는 뜻은 아닌가.
문재인 정권이 확 키운 진영논리는 피해의식을 먹고 자란다. 집권세력은 권력을 쥐고도 여전히 피해자다. 주류세력이라는 실체 없는 집단에, 기득권이라는 야당에, 보수라는 언론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 일쑤다. 그러니 무능해서 실패해놓고 툭하면 야당 탓, 언론 탓, 부자 탓, 재벌 탓, 심지어 윤석열 탓, 일본 탓까지 한다. 급기야 ‘코로나’라는 기막힌 핑곗거리까지 등장했다.
국민의 피해의식을 자극해 여론몰이와 편 가르기에 성공한 이 정권 사람들은 그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4·15총선 이후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할 그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하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판단의 기준이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진영논리가 아니라 보편적인 도덕과 양심, 상식이어야 한다. 깨어 있는 국민만이 깨끗하고 합리적이며 유능한 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