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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넘치다[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20-04-06 03:00:00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른 워싱턴주 커클랜드 지역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주정부 조치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미국인들은 각종 여가 활동으로 격리 생활을 이겨내고 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노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미국에 살 때 즐거웠던 일 중의 하나는 상당수 공휴일이 월요일에 배치돼 있어 내리 놀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금요일은 거의 휴일 모드니까 나흘 연속 놀 수 있는 천국과 같은 날들이었죠.

그렇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장기간 자가 격리에 들어간 미국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으로 인해 해고까지 급증하고 있으니 더욱 불안한 상황입니다.

△“We are swamped.”

뒷마당이 넓은 미국 집들. 경제가 어려울 때나 수입원이 사라졌을 때 뒷마당에서 채소를 키우거나 닭을 기르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런 걸 ‘백야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농축산 지식도 없으면서 백야드에서 뚝딱거린다고 뭐가 나오느냐고요. 그런데 콘크리트보다 숲을 보며 자란 미국인들 중에는 ‘백야드 인구’가 예상외로 많습니다. 뉴욕 지역의 한 병아리 사육업자의 말입니다. “우리는 (사육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에요.” ‘Swamp’는 원래 ‘늪’이라는 뜻으로 ‘뒤덮다’가 됩니다.

△“Blaming New Yorker will do.”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습니다.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은 것은 물론이요, 하루 사망자가 500명이 넘습니다. 뉴욕이 어떤 곳입니까. 2001년 9·11테러 당시 뉴욕은 초유의 공격을 당했고, 전 세계의 격려와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19년 뒤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가 된 뉴욕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다릅니다. 한 뉴욕 지역 운동가의 말입니다. “뉴요커를 비난하면 쓸모가 있지(will do).” 처음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는 중국과 아시아에 분노를 표출했지만 지금은 뉴욕이 표적이 된다는 취지입니다.

△Keep calm and carry on.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호러 스토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CNN은 지친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한마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차분히 계속 가라.’ ‘계속 가라’는 것은 ‘자기가 하는 일,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라’는 뜻이겠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