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 구로을, 통합당-탈당파 합의 파기… 창원성산, 민주-정의당 단일화 불발 총선 투표용지 6일부터 인쇄… 막판에 단일화 돼도 효과 반감
4·15 총선 투표용지 인쇄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구로을과 영등포을, 경남 창원 성산 등에 서 여야가 각각 추진해온 후보 단일화가 줄줄이 무산 조짐을 보이면서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날까지 단일화를 마쳐야 6일부터 인쇄되는 투표용지의 해당 후보 칸에 ‘사퇴’라고 찍혀 단일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여야는 이날을 ‘단일화를 위한 1차 마지노선’으로 삼았지만 결국 대부분 무산됐다.
이날 서울 구로을에서는 미래통합당 김용태 후보와 통합당 탈당파인 무소속 강요식 후보의 단일화 합의가 파기됐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 단일화 합의가 파기된 첫 사례다. 당초 두 후보는 지난달 26일 보수 원로인 서경석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대표의 중재로 ‘4월 6∼7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여론조사를 하루 앞둔 이날 강 후보가 ‘8% 가산점’을 달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 합의가 파기된 것. 서 대표는 “단일화 합의 수정은 어려워 강 후보를 설득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구로을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후보가 앞서고 있어 보수 단일화가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지역이다. 김 후보는 “강 후보의 행위는 구로을 주민을 기만한 행위이자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강 후보는 “김 후보는 단일화에 진정성이 없다”고 맞받았다. 보수 진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 후보가 출마한 구로을에서 보수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이 지역에서 정권 심판론이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과 탈당한 무소속 후보가 맞붙는 곳은 전국적으로 10곳이 넘지만 단일화 경선 합의가 성사된 곳은 이날 파기된 구로을을 제외하면 인천 서을(통합당 박종진-무소속 이행숙 후보)뿐이다. 특히 홍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권성동 후보(강원 강릉) 등 통합당 중진 출신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선 지역은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과거와 달리 단일화 논의가 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20대 총선 때와 달리 이번 총선에선 투표용지 인쇄 전날까지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일 창원 성산을 찾아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긋자 이 지역 현역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일 “양 원장의 오만과 무례함에 유감”이라며 반발하는 등 각지에서 진통이 감지되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투표용지가 인쇄된 후에도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지만 사퇴한 후보라는 표식이 따로 새겨지지 않아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초접전 지역에선 막판까지 단일화 변수에 따라 승부가 바뀔 수도 있어 단일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