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1곳서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서울 영등포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 마련된 고용평등상담실(왼쪽). 고용노동부는 민간에 위탁한 전국 21개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직장 내 성차별 피해 근로자들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고용노동부 제공·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A 씨는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을 ‘꽃뱀’으로 몰아붙인 사업주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었다. A 씨는 정식 신고 절차를 밟기 전부터 고용평등상담실을 찾아가 지속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았다. 그때 기록에 남은 상담내용이 A 씨 주장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활용된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진행하는 상담과 심리정서 치유프로그램은 향후 피해 구제 단계에서 활용할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근로자 약 1만 명 찾아
고용평등상담실은 고용부가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차별 등 피해를 입은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상담실이다. 오랫동안 성희롱·성차별 상담을 진행해온 여성단체 등 상담 역량을 갖춘 민간단체를 선정해 운영을 맡겼다. 현재 전국 21개 상담소가 운영 중이다.
고용평등상담실은 단순히 문제 해결절차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직장인 여성 B 씨는 출산 후 회사로부터 쪼개기 계약을 강요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기 전만 해도 B 씨는 1년씩 전일제로 계약했다. 출산 이후 복직하자 회사는 2개월 계약에 시간제 근무로 변경하자고 압박하다 결국 B 씨를 해고했다.
B 씨는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은 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로 결심했다. 상담원은 부당해고를 입증하기 위해 B 씨가 다닌 회사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지역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그 결과 B 씨는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내 복직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사건이 접수되면 피해 근로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등 조사를 받아야 한다. 피해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이를 진술해야 하기에 많은 피해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호소한다. 고용평등상담실에선 성희롱·성차별 피해 및 피해구제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심리정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정서 치유프로그램은 불안이나 우울증을 심각하게 겪는 피해자에게 심리상담 전문가가 최대 10회까지 대면상담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A 씨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았다. 비용은 전액 무료. 고용부는 상담실 운영비(7억6100만 원)와 별도로 심리정서 치유프로그램을 위해 1억5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