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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아련한 기억, 다듬이질을 소환하다[거실에서 콘서트]

입력 | 2020-04-07 03:00:00

실제 나무로 연주하는 ‘나뭇조각들’
단순 반복에 무한 변주 묘미




클라베스

다듬이질 소리를 들어본 지도 수십 년이다. ‘라떼는’(나 때는) 어린 시절 옷이나 이불보를 펴기 위해 다듬잇돌 위에 천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들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골목에서 두 집 이상 다듬이질을 할 때는 ‘뚝딱뚝딱’ 하는 다듬이질 소리가 박자를 맞춰 ‘싱크로’되어 들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미국 작곡가 스티브 라이시(84)의 ‘나뭇조각들’을 들으면 어릴 때 듣던 다듬이질 소리가 생각난다. 라이시는 미니멀리즘 계열에 속한 작곡가다. 미니멀리즘 작곡가들은 박자 음계 같은 음악의 기본 요소를 단순화한 뒤 계속 변주해 나간다. 라이시가 다듬이질 소리를 듣는다면 “이거 제대로 미니멀리즘이네!”라고 탄복했을 것이다. 물론 라이시의 곡에는 다듬이질 소리에 없는 고도의 계산된 변주들이 있다. 그 대신 다듬이질이 가진 즉흥성의 묘미는 없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열기 시작한 온라인 음악회 ‘내 손 안의 콘서트’ 네 번째 순서에서 이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연주자 다섯 명을 소개한다. 10일 오후 7시. 마르코비치 ‘팀워크’로 콘서트를 시작해 네 번째 곡으로 ‘나뭇조각들’을 연주한다. 이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소개된 아르메니아 작곡가 하차투리안의 화려하면서도 친숙한 작품 ‘칼의 춤’으로 콘서트를 마친다.

올해 인류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해에는 세계의 나무들이 위기를 맞았다. 호주와 아마존강 유역의 삼림이 대형 산불로 흔적 없이 사라졌고, 지난해 이맘때는 강원 속초 근방도 불길에 휩싸였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 전체가 아프다.

‘나뭇조각들(Pieces of Wood)’은 타악기 연주자들이 ‘클라베스’라는 나무 봉 모양으로 단순하게 생긴 타악기를 들고 연주한다. 이 곡을 들으며 숲의 평화(Peace of Woods)를 기원해 본다. 유튜브 검색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