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8]‘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 공식화 153개 기관 10개 도시로 이미 이전, 이번엔 産銀-환경公등 122개 거론 통합당 “유치한 작전” 비판했지만 내부선 ‘지방민심 무시못해’ 고심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때도 17대 총선을 3개월 앞둔 1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17년까지 153개 공공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당시 국무총리로 1차 이전을 주도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년 만에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공공기관 이전 시즌2’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유치한 작전”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선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이전 대상 기관들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약 122개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선 KDB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국립중앙의료원 KOTRA 등 98곳, 경기에선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21곳, 인천에선 한국환경공단 등 3곳이 이전 대상으로 꼽힌다. 전체 근무 인원만 약 5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이미 정권 초부터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대표가 앞서 2018년 9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운을 뗐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서울 황폐화” “수도권 지역 편 가르기”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민주당은 “122개 기관을 전부 다 이전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했다.
특히 건강 악화로 선거 전면에 나서지 않던 이 대표가 이날 부산에서 공공기관 이전 공약을 거론한 것을 두고 핵심 거점인 부산울산경남 지역 표심 잡기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태의연한 그런 방식으로 표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 이전은) 선거 때마다 하는 얘기”라며 “옛날에는 그런 게 먹혔지만 지금은 유권자 의식이 발달해 그런 유치한 작전을 해 봐야 성공 못 한다”고도 했다. 통합당은 이날 논평에서도 “공공기관 이전을 지방에 주는 ‘선물보따리’ 정도로 생각하는 편협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혁신도시 등을 조성해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단기간에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1기 혁신도시 이전하고 자리 잡는 데만 10년이 걸렸는데 그마저 사실상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지방의 ‘섬’처럼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합당 일각에선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지방 민심은 반길 수도 있는 만큼, 무조건 반대하기보단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레 이전 카드를 꺼낸 여권과 차별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휘 yolo@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