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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통합당 공약, 재원대책 부실한 깡통 공약”

입력 | 2020-04-07 03:00:00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분석
與 10대공약 4년간 99조 필요, 세금으로 충당… 잘 걷힐지 의문
野 “예산만으로 39조 공약 이행”… 44조 감세안도 내놔 ‘비현실적’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주요 공약을 이행하려면 앞으로 4년간 99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통합당은 같은 기간 44조 원을 감세하겠다면서도 추가로 약 39조 원을 더 쓰겠다는 비현실적인 공약을 내놨다. 이 때문에 총선이 민주당과 통합당 간 양강 체제로 굳어져 가고 있지만 정작 여야 원내 1, 2당이 내놓은 공약은 재원 대책이 부실한 ‘깡통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민주당과 통합당이 각각 10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밝힌 주요 재원은 4년간 99조 원과 38조8000억 원이었다. 두 당이 제시한 액수가 2.5배가량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재원 마련 방식도 완전히 달랐다.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당 공약 10개 중 8개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재정지출개혁과 세입 확대’라고 제시했다. 한마디로 세금을 더 걷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 정책순위 1번 공약인 ‘벤처 4대 강국 실현’은 자본시장 벤처 활성화 등에 연간 1조 원 이상 소요되는데 재정지출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하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업안전망과 자생력 강화’ 역시 5년간 4조8000억 원씩, 연평균 1조 원이 소요되는 사업이지만 이 역시 “재원 조달은 재정지출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마련”이라고 적힌 한 줄이 전부다. 그 외 △기후위기·미세먼지 해결 △청년·신혼 맞춤형도시 조성 통한 5만 호 공급 △농어촌 삶의 질 개선 등은 정확한 소요 재원도 없이 ‘세입 확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만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성화가 요원한 상태에서 세입 확대는 가능하지 않고 재정적자 기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이미 법인세와 부동산세를 인상한 데다 경기 침체 우려로 추가 증세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무리해서 증세를 추진할 경우 여론의 반발도 불가피하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10개 공약 이행에만 99조 원이 드는 것이고 민주당이 추산하지 않은 85개 지방 공약을 이행하려면 추가로 150조 원이 더 들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는 약 250조 원 규모의 공약을 무책임하게 풀어놓은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의 10대 공약은 ‘탈원전 정책 폐기’ ‘싹 다 갈아엎는 외교안보통일정책’ ‘조국방지법 신설’ 등 현 정부 주요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네거티브성 공약이 상당수 담겼다. 민주당이 새로 세금을 걷겠다고 한 반면 통합당의 재원조달계획은 ‘주어진 돈’을 아껴 공약에 쓰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10개 공약 중 7개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19∼23년)상의 예산증가분(평균 6.9%) 활용’을 내건 것.

하지만 44조4000억 원을 감세하겠다면서 동시에 39조 원에 이르는 공약을 이행할 재원을 예산 증가분으로만 충당한다는 계획을 두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보니 정책수단도 없는 야당이 무책임한 공약(空約)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 상황을 봤을 땐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이 같은 예산 증가분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결국 통합당의 계획도 ‘빚내서 공약 메우기’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합당은 44조 원 감세안까지 내놓았는데 추가 소요 38조 원이 병립할 수 있는지 의문”라며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준일·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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