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간 未踏의 길 간다는 주제넘은 발상 하다 결국 포기 실패할 뻔한 방역, 성공 만든 功… 마땅히 국민과 의료체계에 돌려야 숟가락만 얹고선 가로채선 안 돼
송평인 논설위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창문 열어 놓고 모기 잡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기 없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중국인보다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 더 큰 감염원”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중국인만 감염시키고 중국에 있는 한국인은 감염시키지 않을 리가 없다. 중국인 입국자를 차단하라고 하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입국자에 대해서도 자가 격리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것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장관이 말꼬리나 잡으면서 책임 회피만 하더니 나중에는 자국민을 입국 금지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데 엉뚱하게 자국민 입국 금지 타령을 하니 듣는 쪽은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 코로나 지옥을 겪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더 일찍 더 철저하게 중국 쪽 입국 관리를 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31일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며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떠벌렸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미 늦은 대응이었던 데다 입국 제한 후에도 미국 시민 등 4만 명이 중국에서 들어와 철저하지 못했다”. 유럽의 감염원이 된 이탈리아도 1월 31일 중국인 관광객 2명이 확진자로 드러나자 즉각 중국발 직항노선의 운항을 중단시켰으나 다른 국가를 경유한 항공편과 인근 국가에서 육로와 해로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을 막지 않았다.
대대적이고 신속하고 투명한 검사는 정부가 주도한 것이지만 의도가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정부가 초기 방역 실패의 책임을 신천지에 뒤집어씌우려고 마녀사냥하듯 방역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 그마저도 정부의 의지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민간 기업들이 메르스 사태 이후 조성된 새로운 기반 위에서 개발해 공급한 신속검사키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정적으로 의료 공백 사태를 막아 치사율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역대 정부가 가꿔온 효율적인 건강보험 제도 덕분이다.
한국의 성공적 방역 이후 문 대통령과 외국 정상이 통화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국민과 나라를 대표해 통화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말 잘한 게 있는 정부는 공을 국민에게 돌린다. 대개 숟가락만 얹은 정부가 국민의 공을 가로채려 하고, 적폐몰이를 일삼는 정부가 과거 정부의 공까지 제 것으로 만든다.
경제학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매년 슈퍼 적자예산을 편성해 국가를 빚더미에 앉히고도 성장률을 사실상 1%대로 떨어뜨렸다. 이벤트뿐인 비핵화 협상 뒤에서 북한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과 단거리미사일 시험을 계속해 한반도를 더 위험에 빠뜨렸다. 조국 씨의 장관 임명 강행으로 국민을 우롱하더니 임명을 철회한 후에도 ‘마음의 빚’ 운운하며 다시 우롱하고 있다. 공수처법 관철을 위해 해괴한 선거법을 통과시켜 아이들 앞에 설명하기도 창피한 선거를 치르게 한다. 경제도 안보도 정치도 제대로 못하면서 방역만 잘하는 그런 정부는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