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View]영화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짝패’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등 외유내강이 제작한 영화의 DVD 진열대 앞에 선 강혜정 대표.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우선인지, 원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만드는 게 우선인지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사지(死地)에 놓인 두 나라 대사의 생존을 건 탈출이라는 상황 자체가 극적이에요. 너무 드라마틱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를 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강 대표가 2005년 남편 류승완 감독과 세운 외유내강은 ‘짝패’(2006년)를 시작으로 2011년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부당거래’(2010년), 1341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2015년), 942만 명이 본 ‘엑시트’(2019년) 같은 흥행작을 꾸준히 선보였다.
관객 1341만 명을 모은 영화 ‘베테랑’. 재벌 3세 조태오(오른쪽)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의 대사 “어이가 없네”는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화제가 됐다.
“장난스럽게 협회에 전화를 걸었는데 그게 영화 일의 시작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팔자라는 게 있구나’ 싶어요.”
독립영화협의회에서 시나리오 집필부터 촬영, 편집까지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경험한 뒤 영화제작사, 투자배급사 등에서 마케팅을 맡았다. 영화홍보사 ‘영화방’을 시작으로 제작사인 ‘씨네2000’ ‘시네마서비스’ ‘좋은영화’를 거쳤다. 독립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부터 ‘투캅스3’ ‘신라의 달밤’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홍보했다. 셋째를 임신했을 때 독립하고 싶어 외유내강을 차렸다.
영화사를 차렸을 때나 지금이나 강 대표의 고민은 생존이다. 수년간 공들인 결과가 주말 이틀간 예매율 하나로 판가름난다. 강 대표는 “이보다 더 큰 도박판이 없다”며 “시장에서 살아남아 수익을 낼 방법을 작품마다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했다. 생존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강 대표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중의 취향과 관심은 너무 빨리 바뀌어서 종잡을 수가 없어요. 대중을 들여다보는 대신 제 자신을 봐요. 내 취향이 어떻게 바뀌었지? 난 무엇을 할 때 즐겁지?”
끊임없이 자문(自問)한 끝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을 원한다’는 답을 얻었다.
2017년 선보인 류 감독의 영화 ‘군함도’는 외유내강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관객 659만 명을 모았지만 역사 왜곡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비판의 한가운데 놓였던 그 시간은 강 대표와 류 감독에게 상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성장의 계기가 됐다.
“그때까지 외유내강은 사실 ‘류승완 프로덕션’이었어요. 하지만 군함도 논란 후에 류 감독이 칩거의 시간을 가지면서 외유내강은 자연스럽게 다른 감독들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지난해 개봉한 ‘사바하’ ‘엑시트’ ‘시동’ 등이 외유내강의 치열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입증한다. 외유내강이 신인감독과 작업한 첫 영화인 ‘엑시트’는 이상근 감독에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안겼다.
지난해 제작한 ‘엑시트’는 유독가스에 포위된 도심 속에서 용남(조정석·오른쪽)과 의주(임윤아)가 탈출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혜정 대표는…::
△1970년생
△고려대 가정교육학 전공
△영화 홍보사 ‘영화방’에서 외화 마케팅
△영화 제작사 ‘씨네2000’ ‘시네마서비스’ ‘좋은영화’ 근무
△2005년 영화 제작사 ‘외유내강’ 설립
△‘짝패’ ‘부당거래’ ‘베테랑’ ‘베를린’ ‘군함도’ ‘엑시트’ 등 제작
△고려대 가정교육학 전공
△영화 홍보사 ‘영화방’에서 외화 마케팅
△영화 제작사 ‘씨네2000’ ‘시네마서비스’ ‘좋은영화’ 근무
△2005년 영화 제작사 ‘외유내강’ 설립
△‘짝패’ ‘부당거래’ ‘베테랑’ ‘베를린’ ‘군함도’ ‘엑시트’ 등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