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5〉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사진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38)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건축설계 프로그램 ‘랜드북’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단시간에 가장 효율적인 모범답안을 찾아준다. 조 대표는 “주어진 땅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을 제안하는 것이 최우선 지향점이다. 깔끔한 디자인은 당연히 균형 있게, 함께 추구하는 기본 가치”라고 말했다.
“군 복무 중에 남들이 안 하는 일,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보니 건축설계 디자인은 아무리 해도 선배들을 뛰어넘기 어려울 듯했다. 복학하고 나서 부동산금융 공부에 집중하기로 하고 설계 실습 과제에 드는 시간을 줄이려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쓰다 보니 ‘프로세스를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게 출발점이었다.”
“2010년 졸업하고 컴퓨터 설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무소에서 일하며 대학캠퍼스 마스터플랜 작업에 직접 개발한 자동설계 프로그램을 처음 적용했다. 주어진 조건을 반영한 결과물을 다수 만들어낸 뒤 효율성 평가 점수를 매겨 상위권을 추려내고 다시 세분해 평가하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는 유전 알고리듬(genetic algorithm) 접근법을 썼다.”
2016년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한 뒤 영입한 AI 전문가들이 보완한 이 프로그램은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가로주택 정비사업 시행 과정 등에 적용됐다. 지금의 랜드북 프로그램 엔진은 유전 알고리듬보다 진화한 심층강화학습 기술로 작동한다. 바둑 AI 알파고처럼 규칙과 조건에 따라 스스로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스페이스워크의 인공지능(AI) 건축설계 프로그램 랜드북으로 서울 용산구의 210㎡ 땅을 분석해 도출해낸 최적의 임대주거용 건물 시안 투시도(위 사진). 고객에게는 개략적 건물 형태와 함께 입주 가구 수, 주차 가능 대수, 건축비용, 월 예상 임대수익 등의 자료를 제공한다. 아래 사진은 AI가 분석 과정에서 고려하는 수많은 기타 시안의 일부. 스페이스워크 제공
현재 랜드북 서비스가 가능한 대상은 수도권 일반주거지역에 속한 면적 70∼440m²의 토지다. 조 대표는 “파편화된 작은 땅을 보유한 사람은 효율적인 활용법을 찾고 싶어도 건축설계 전문가의 조언을 받기 어렵다. 그들이 스페이스워크의 주 고객”이라고 했다.
“디자인 획일화를 우려하는 지적을 간혹 듣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한 모델 시안을 참고한 뒤 실제로 건물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건축가 각자의 능력에 달렸다. 처음 AI 자동설계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는 ‘불가능한 도전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제는 많은 건축가가 랜드북 자료를 고객 상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조만간 시공법과 재료를 감안한 비용 견적까지 자동으로 산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