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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50년만에 대규모 휴업…붕괴위기 몰린 기간산업

입력 | 2020-04-08 09:59:00

7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 확산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단계 비상운영’에 돌입한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공항 일평균 여객 수는 6,869명이며 특히 6일에는 여객 수가 4,581명으로 파악돼 2001년 개항 이래 처음 5,000명 선이 무너졌다(뉴스1DB)© News1


초유의 사태다. 국적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가 심화되자 국내 인력 70%가량의 휴업을 결정했다. 전체 1만9000여명 중 1만3000∼4000명이 휴업 대상이다. 대한항공이 대규모 휴업을 결정한 것은 창사 50년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항공업계가 절벽으로 내몰렸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일 경제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항공업 자체가 올스톱됐다.

하늘 길의 90% 이상이 막혔고 이러다간 3개월 안에 문을 닫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처럼 각 기업들이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외부 리스크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간산업 중 하나인 항공업에 달린 일자리가 상당한 만큼 정부 차원의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비등한 이유다.

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달 16일부터 6개월 동안 시행하는 휴업 대상자에게는 통상임금을 지급한다. 이달부터 임원진은 급여의 30%에서 최대 50%를 반납한다.

고강도를 넘어 극단의 비용절감을 통해 일단 파고를 넘겨보자는 판단을 내렸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무급 혹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전환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같은 초고강도 자구책에도 회사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젠가는 종결되겠지만 그때까지 버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국내 항공사들은 상반기에만 6조300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 전선은 무너졌는데 리스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 부담은 그대로다. 대규모 휴업, 순환휴직, 급여반납 등 자구책만으로 버텨볼 수준을 넘어섰다. 자칫하다간 국적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마저 쓰러질 위기다.

국적 2위인 아시아나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전체 72개의 국제선 노선 중 24개 노선만 운항 중이며 국내선도 기존 10개에서 7개로 축소했다.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운전자본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는데 매각작업도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붕괴 위기에 몰리자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곳저곳서 리스크가 터져나오다보니 아시아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 이스타, 에어부산 등 LCC들은 국제선 비행기를 띄우지도 못하고 있다. 항공업이 앞으로 3개월을 버티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올법한 상황이다.

수많은 일자리가 걸린 항공업이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는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해 소비 진작을 도모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일자리가 흔들리면 대책 효과는 무의미해진다.

돈을 쓸 사람이 사라지면 소상공인 지원 대책 등은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들만해도 25만여명에 달한다. 국내 항공산업이 무너질 경우 일자리 16만개, GDP 11조원이 증발한다. 대한항공 휴업으로 당장 1만5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손을 놀릴 지경에 처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급여반납, 유·무급휴직, 휴업 등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옛 한진해운 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있는 만큼 항공사 채권 발행시 국책은행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