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초·중·고 개학이 미뤄진 가운데 지난 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 통행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오는 9일부터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온라인 개학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모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춰 대입과 고입 학습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학생들 “시범강의 다소 혼란…입시 준비 자체적으로 진행 중”
이군은 “어느 시간대에 들어오든 출석체크를 하고 과제만 제출하면 되는 시스템”이라며 “수업에 집중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이라고 했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고교 3년생 문모양(18)은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노트북을 새로 구매했다.
문양은 “(컴퓨터) 마이크와 화상으로 화면을 공유해야 한다고 해서 노트북을 새로 샀다”며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3일) 이뤄진 시범수업에서는 화상이나 마이크를 이용한 수업이 거의 없었고, EBS 강의가 올라왔다”고 했다.
평소 인터넷 강의를 잘 듣지 않는 편이라는 문양은 “인강(인터넷강의)보다 학교와 학원 수업에 집중하는 편이었는데, EBS 강의만 올라와 있어 불편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북 지역 중학교 3학년생인 손모양(15)은 전날(6일) 오전 시범수업을 진행했다. 시범수업에서는 접속에 실패하는 급우들도 있었다.
손양은 “시범수업에서는 EBS 클래스룸으로 과학수업을 진행했다”며 “한번에 많은 인원이 접속해서 그런지 몇몇 친구는 계속해서 접속에 실패했고, 10번 넘게 접속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또 “쌍방향 수업이 되지 않는 탓에 질문이 있는 친구들은 선생님에게 따로 질문을 해야 했고, 수업을 제대로 수강했는지 알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었다”면서도 “여러 자료들을 두고 수업할 수 있어 오프라인 수업보다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평가했다.
◇학부모들 “학사일정 차질 우려”…학부모단체 “중장기 대책 세워야”
고3 자녀를 둔 강릉 주민 현모씨(51·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긍정적으로 생각은 하지만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지 않고 시간이 마냥 지나고 있어 조바심이 난다”며 “실기가 중요한 대입을 준비하고 있고 방학마다 실기 준비 때문에 서울로 학원을 다녔는데 여름방학이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우려스러워했다.
현씨는 최대한 학사일정이 변경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수시로 대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시 일정이 너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3 아들을 둔 서울 강북 지역 학부모 A씨(여)는 학교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A씨는 학교에서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다.
A씨는 “단체 학급 대화방을 만들기는 했지만 관리가 되지 않고 있고, 알림장도 학생이 봤는지 확인이 안되고 있다”며 “당장 (개학이) 이번주인데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한다는지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이어 “학부모 회장인데도 컴퓨터 사양은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학부모들이 질문을 해와도 말을 해줄 수가 없다”며 “시범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 (수업) 관리를 할 건지, 당장 9일에는 아이를 몇 시에 깨워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중3 자녀를 둔 용인시 기흥구 거주 이모씨(48·여)는 “동생이 캐나다에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반년 휴교령이 내려졌다고 한다”며 “한국은 너무 수업일수만 따지는데, 융통성 있게 조정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학부모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계에 당부사항을 전했다.
학부모회는 교육당국이 개학을 1주, 2주씩 찔끔찔끔 연기했고 온라인 개학도 마찬가지라며 “온라인 개학이 몇주짜리 대안인지 명확하지 않아 교사와 학부모가 학습 및 돌봄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들이 한 학기를 온라인 강의로 결정한 것처럼 중장기 방안을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온라인 개학이 학생 부모의 경제력 격차로 인한 교육 격차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학부모회는 “맞벌이 부부 자녀, 장애학생, 다문화가정 자녀, 위기가정 자녀에 대한 걱정도 크다”며 “지자체와 협력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