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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확진자 발생 79일 만에 ‘빗장’…“사증 면제·무사증 입국 잠정 정지”

입력 | 2020-04-08 20:38:00


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들에 대해 사증(비자)면제와 무사증입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79일 만이다. 조치가 시행되면 하루 130명 안팎인 단기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 87개 국가에 적용 예상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새로운 입국제한 조치를 설명하면서 “개방성의 근간은 유지하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입국) 제한을 강화 하겠다”며 “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제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109개, 무비자입국을 허용한 국가는 47개다. 새로운 입국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이중 87개국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현재 한국발 승객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148개. 한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은 미국과 영국, 멕시코, 아일랜드 등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중국은 무비자입국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상호주의가 원칙이라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영국, 중국 같은 나라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법무부는 적용 대상과 시기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9일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추가 입국제한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상호주의를 내세워 강화된 조치를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전체 입국자의 약 20~30%를 차지하는 90일 이하 단기체류 외국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비자 면제를 중지하면 단기체류 외국인의 유입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는 이번 조치가 전면적 입국금지로 발전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시행 중인 절차에 보완 조치를 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전면적) 입국금지는 개방성을 토대로 한 정책에 배치되는 것이라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다수 전문가 “실효성 떨어져”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앞서 정부는 1일 전체 입국자의 자가 격리를 의무화하면서 단기체류 외국인이 하루 100명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단기체류 외국인은 아직 하루 120~13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격리 중인 단기체류 외국인은 약 900명에 이른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8일 브리핑에서 “의무 자가 격리가 시행되면 (단기체류 외국인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 감염병 대응체계가 민주주의와 개방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홍보해왔다. 외국에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외국인 입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7일 긴급권고문에서 “학교 개학을 준비하는 기간만이라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입국절차 등 검역강화 조치로도 입국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입국금지 효과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7일 국내 입국자 5073명 중 외국인은 1262명(25%)을 차지하고 있다. 입국자를 포함한 자가 격리자는 이달 중순 최대 9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자가 격리 위반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능력에 한계가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전문가들은 정부의 강화된 입국제한 조치가 “시기를 놓쳤다”는 의견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개방성을 지킨다며 외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시행하는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방역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검역 단계의 행정적 부담은 줄일 수 있다”면서도 “감염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제야 외국인 입국자를 줄이는 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