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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이 급여보다 많다보니…” 해고 부추기는 美 슈퍼 부양책

입력 | 2020-04-09 03:00:00

주당 600달러 지원 ‘최저임금 2배’
기업들 부담감 없이 인원 절감 나서… 일부 노동자도 “출근보다 선호”
ILO “세계 근로자 81%인 27억명, 코로나로 실직-근무 시간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효한 2조2000억 달러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오히려 기업에 해고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적지 않은 실업급여를 챙겨주기로 하자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없이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이번 부양안에는 연방정부가 실직자에게 최장 4개월 동안 주당 600달러의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최저임금 기준인 시간당 7.25달러를 받으며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가 버는 급여(290달러)의 2배 이상을 준다는 뜻이다. 시간당 15달러를 받고 40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수입과 같다.

부양안 발표 사흘 뒤인 지난달 30일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약 12만5000명의 직원 대부분을 일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제프 게넷 최고경영자(CEO)는 “해고 결정에 부양책이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사무용 가구회사 스틸케이스, 피트니스클럽 체인 이퀴녹스 역시 직원들을 일시 해고하며 정부의 실업급여 확대를 거론했다.

일부 노동자들도 실업급여 수령을 선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문화가 확산된 탓이다.

부양책에 포함된 또 다른 실업대책인 350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PPP)’도 이달 3일 시행 이후 혼선을 겪고 있다. 50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 인건비, 임차료 등 두 달 치 필수 비용을 지원해 주는데 신청 기업이 예상보다 많아 처리가 지연되고 자금이 곧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7일 트위터에 “25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노동자의 81%인 27억여 명이 해고되거나 근무시간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ILO는 2분기에는 세계 전체 노동시간이 6.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정규직 노동자의 근무시간으로 환산하면 1억9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가 된다고 ILO는 분석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우려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