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확진자가 214개국, 144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 8일 현재 공식 확진자가 없는 나라는 유엔 193개 회원국 중 예멘, 레소토, 투발루 등 16개국이며, 중국과 국경을 맞댄 14개국 중엔 북한과 타지키스탄뿐이다. 노동신문은 최근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제도 덕”이라고 자랑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의료 수준이 크게 낙후된 데다 중국 접경지역에서 밀무역이 성행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시를 어기고 중국인과 접촉한 접경지역 의심 환자를 감염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총살했다는 주장이 탈북민을 통해 전해졌다. 폐렴으로 사망하면 유족 동의 없이 화장 처리해 유골만 전달한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달 초 “모든 정보를 근거로 할 때 (확진자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 군부대에서 100명 이상 사망자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식량, 생활필수품의 유일한 공급 채널인 접경무역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주민 생활고는 깊어지고 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3월 초 평양 쌀값은 국경 폐쇄 전보다 60% 이상, 밀가루 식용유 설탕 휘발유 등은 20∼60%나 폭등했다. 중국 관광객이 뿌리던 달러가 끊어져 환율도 치솟았다. 코로나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다 보니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을 명분도 부족해졌다. 확진자 0명 기록에 북한 정권이 자존심을 거는 바람에 병보다 영양 결핍으로 쓰러지는 북한 주민이 더 많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