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中企 이어 대상 확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줄어 대출 연체 위기에 몰린 개인채무자들에게도 최장 1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에 대한 원금 상환 유예 조치를 가계대출까지 확대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취약 개인채무자 재기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무급 휴직과 일감 상실 등에 따른 소득 감소가 대규모 연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개인채무자에게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실업’ ‘질병’ 등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 사실상 코로나19 피해자들이 혜택을 보기 어려웠지만 이달 말부터 문턱이 낮아지게 됐다. 이자 상환 유예나 감면은 없지만 원금 상환은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유예된다.
▼ ‘소득 줄어 채무상환 불가능’ 입증해야… 주담대는 빠져 ▼
개인채무 원금상환 유예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 감소로 가계대출에 대한 상황이 곤란해 연체 우려가 있는 개인채무자’로 규정됐다. 올해 2월 이후 무급 휴직 등으로 월 소득이 감소한 사람들의 신용대출·보증부 정책서민금융대출이 대상이다.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싶은 대출이 1건이라면 개별 금융회사를 찾으면 된다.
원금 상환 유예 대상이 되려면 가계생계비를 뺀 월 소득이 월 채무상환액보다 적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개인사업자가 개인 명의로 받은 가계 신용대출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책금융대출에는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7, 햇살론유스, 바꿔드림론, 안전망대출 등도 해당된다.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 대출은 대상에서 빠진다. 은행과 저축은행, 농·수·신협 등 전 금융권의 3700개 금융회사가 모두 동참할 예정이다.
원금 상환을 미뤄야 할 대출이 여러 건인 다중 채무자들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신복위는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코로나19 피해자를 추가해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채무를 감면해줄 예정이다. 연체 우려나 단기 연체 단계에서는 원금 상환을 최장 1년까지 유예해주고, 장기 연체 단계에서는 원금 감면 등 채무 조정 지원을 확대한다.
개별 금융회사나 신복위에서 채무조정이 여의치 않은 장기 연체자에 대해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연체채권 매입펀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개인의 채권이 대부업체로 흘러가 과잉 추심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캠코에서 연체채권 최대 2조 원어치를 사들여 최장 2년의 상환 유예와 채무 감면, 장기분할상환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계대출까지 원금 상환 유예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로 서민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전을 융통하기 위해 신용대출로 달려가면서 3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신용대출은 은행 3조3000억 원, 제2금융권이 7000억 원 등 4조 원가량 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약 채무자가 대출을 연체해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아예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에 예방체계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