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뉴스1
여당 대표의 한마디 말실수가 만만찮은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라 여권은 실언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오전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주재한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 호남을 미래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를 포함해 전국 5개 지자체가 치열하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의 지지발언은 전남도나 나주시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였다.
그는 “이해찬 대표께서 광주·전남의 큰 현안이자 또 숙원사업인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 확립을 약속해 주셨다”며 “크게 환영하면서 이러한 대표님의 약속이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실제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나주·화순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신정훈 후보도 즉각 환영성명을 통해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이곳, 광주·전남에 구축돼 광주와 전남이 기초과학의 미래에너지 신산업의 전진기지가 되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성공적인 모델로 대한민국의 중심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쟁도시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은 곧바로 항의자료를 내고 “각 자치단체에서 치열하게 유치경쟁을 펼치는 사업에 대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전남유치를 약속했다는 언론보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은 기자단에 긴급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을 수정했다.
비서실은 “이해찬 대표가 발언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충청북도와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괄호 부분의 발언이 생략된 것이므로 이를 감안해 보도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의 발언이 한나절 사이에 번복되면서 그동안 방사광가속기 유치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광주·전남 지역사회는 허탈감과 함께 여당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주·화순 선거구에 출마한 민중당 안주용 후보는 즉각 성명을 내고 “호남권 총선을 위해 활용하려다가 다른 지역에서 역풍을 맞을 것 같으니까 철회한 ’전형적인 선거용 발언‘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방사광가속기 ’실언‘으로 8일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광주·전남 공약으로 약속했던 각종 사업들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민주당 후보들은 사전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의 실수가 행여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당대표의 실언이 행여 사전투표에 악영향을 미칠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초속 30만㎞/지구 7바퀴 반/태양보다 100억배 이상 밝고 파장이 짧은 초고속 빛)로 가속시키고 이때 만들어진 빛을 이용해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관찰하는 최첨단 국가 거대연구시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만간 방사광가속기 입지를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전남 나주를 비롯해 인천 송도, 충북 오창,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 5개 지자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선정절차는 지난 3월27일 공모에 착수하고 3월30일 사업설명회를 했으며, 4월 8일 유치의향서 접수, 29일 유치계획서 접수, 5월6일 발표 평가, 5월7일 현장확인과 최종평가를 하게 된다.
전남도와 나주시 등은 지역의 산업자원 고도화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호남권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나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