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43만 명, 1만3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보건 당국자들이 잇따라 바이러스 확산세가 조만간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8일 폭스뉴스에 “일일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일종의 후행(後行) 지표여서 역설적으로 희망의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뉴욕에서 입원 환자 및 중환자실 환자가 줄고 있다며 좋은 징조라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은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성과를 내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전망치도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달 말 미국 사망자 수를 10만~24만 명으로 예상했다. 최근 워싱턴주립대도 8월 초까지 미국의 누적 사망자 수를 당초 9만3500명에서 6만 명대로 하향했다. 일일 신규 사망자 정점 도달일과 규모도 기존 4월 16일(3130명)에서 4월 12일(2200명)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가 이달 말까지 시행하기로 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예상보다 빨리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건의료 및 식자재유통업 종사자들에게 “무증상이면 업무에 복귀해도 된다”는 새 지침을 내놨다.
일부 전문가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확산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미 국립과학원(NAS) 위원회는 이날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기온과 코로나19 확산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면역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질병 확산세가 현저히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확진자 증가세도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지 정확히 100일 만인 이달 8일 기준 미국의 확진자는 42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19일 1만 명을 기록한 후 불과 20일 만에 42배 증가한 셈이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확진자 151만 명의 약 28.6%를 차지하고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