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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차 지분전쟁 조원태-3자연합 “자금 든든한 백기사 없소?”

입력 | 2020-04-10 03:00:00

조원태측 우호세력 잇단 지분매각… 3자연합 주식담보대출 상환 닥쳐
코로나로 투자확보 힘들어 비상… 반도건설, 아시아나 재무통 영입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다툼을 벌인 한진그룹 주요 주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조원태 회장 측은 우호 세력들이 잇달아 지분을 팔고 있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3자 연합은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압박을 받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분을 42.75%까지 끌어올린 3자 연합은 앞으로 46% 이상 지분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주총에서 과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빌린 대출의 상환 만기일이 줄줄이 돌아오고 있다. 이달 20일 주식 약 70만 주를 담보로 빌린 대출을 갚아야 하고 이어 5월과 6월, 7월에도 저축은행 등에서 빌린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여느 때 같으면 3개월마다 대출을 연장할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권에서 코로나19로 자금이 부족해지자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진 마당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만한 투자자 확보도 여의치 않다. 3자 연합 측은 “일부 금융권에서 상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금을 조달할 다른 금융사도 있고 다른 펀드에 자금도 있어 부담스러운 건 아니다”고 밝혔다.

조 회장 측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그룹 경영 악화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가능성까지 흘러나오는 데다 백기사 역할을 했던 카카오가 지분 전량(약 2%)을 팔고 나갔다. 또 2.9% 지분을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도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주식을 거의 처분했다. 조 회장 측도 새로운 백기사로 나서줄 사모투자펀드 등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양측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을 예상해 한진칼 주가가 주총 이후 80% 이상 올라 지분 매입이 부담스러운 점도 양측 모두에게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이르면 7월쯤 3자 연합의 제안으로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 주총 안건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안과 3자 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외 이사 선임안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사내이사 해임 안건은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하지만 신임 이사 선임은 2분의 1 찬성만 받으면 된다. 대주주인 3자 연합 측이 사내외 이사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사내외 이사를 대거 추천할 경우 현재 11명인 이사회 인원이 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 한진칼 정관에는 이사회 정원 규정이 따로 없는 데다 대주주의 임시 주총 제안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한편, 반도건설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출신 재무통 김모 전무를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을 투자한 반도건설이 항공과 경영 전략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