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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홀로 맞서야 할 아프리카의 위기[오늘과 내일/장택동]

입력 | 2020-04-10 03:00:00

선진국들, 자국 코로나 대응에도 벅차지만 완전한 종식 위해선 빈국 지원 병행돼야



장택동 국제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가장 취약할 것 같은 아프리카는 비교적 잠잠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9일 현재 아프리카의 전체 확진자는 1만1000여 명으로 전 세계 확진자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는 것일까. 외신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로나19에 강력 대응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확진자가 많은 국가에 대한 입국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고, 코로나19 검사 시설도 크게 늘렸다. 아프리카가 젊은 대륙이라는 점도 코로나19 대응에 유리한 측면이다. 아프리카의 중위연령은 19.7세로 유럽(42.5세)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검사 역량이 부족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을 뿐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는 훨씬 많고, 앞으로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톨베르트 니엔스와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세계경제포럼(WEF)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코로나19는 아프리카에서 터질 때만 기다리고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식량난도 심각한 문제다. 빈국 주민들에게는 생사가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현재 49개국(아프리카 26개국 포함)에서 약 2억120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은 ‘파괴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리카 담당 사무차장인 아후나 에지아콘와는 AP통신에 “아프리카는 경제와 생계가 완전히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까지는 에볼라 등 다른 감염병이 창궐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를 도와줄 나라가 없어서 홀로 코로나19와 맞서야 한다는 점이다.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빈국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과거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아프리카를 지원했던 나라들이 지금은 자기 나라의 전염병과 싸우느라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선진국인 주요 7개국(G7), 즉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의 확진자는 총 88만여 명으로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해외원조 예산을 줄인 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다른 나라를 돌아볼 여력이 더 없어진 것 같다. 최근 미 정부가 마련한 2조2000억 달러(약 268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 가운데 해외원조 예산은 11억5000만 달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통상 연방정부 지출의 1% 안팎을 해외원조에 배정하는데 이번에는 0.05%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거대한 위기 앞에서 자기 나라, 자기 지역, 자기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지구촌은 더 어려운 국가와 지역, 사람들을 돌아봐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공존’과 ‘연대’라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도 필요한 일이다. 한 지역에라도 코로나19가 남아 있다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훗날 코로나19 사태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지구촌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될 수도 있고, ‘고립주의 흐름 속에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고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장택동 국제부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