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 봉쇄 조치가 단행된 1월 23일 이래 우한은 유령도시가 됐다. 대중교통이 끊기고 가게나 업체도 일제히 문 닫으면서 거리는 텅 비었다. 주민들은 집과 거주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조치를 어긴 사람들은 구타당하고 끌려가 구금됐다. 사회주의 통제 국가가 아니고선 불가능했을 가혹한 조치였지만 효과는 뚜렷했다. 매일 수천 명에 달하던 확진자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공식적인 신규 감염자 0명이 되면서 역병을 물리친 ‘영웅도시’가 됐다.
▷하지만 감옥 생활에서 벗어난 기쁨을 만끽할 시간은 길지 않을 듯하다. 조만간 오열과 통곡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우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여 명, 사망자는 2500여 명으로 중국 전체 희생자의 77%에 달한다. 그간 당국은 모든 장례식을 금지하고 묘지도 폐쇄했다. 코로나19든 다른 질병이든 사망하면 즉시 화장해 유골도 가족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에야 유골을 찾아가도록 했지만 장례의식을 치르는 것은 아직 금지돼 있다. 이제 장례식이 허용되면 살아남은 자들은 그간 억눌렀던 큰 슬픔을 토해낼 것이다.
▷우한 봉쇄는 어느덧 서방의 도시들마저 따라 하는 방역의 모델이 됐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변종 바이러스의 진원지라는 오명은 ‘우한 폐렴’이란 닉네임과 함께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인간의 치명적 바이러스 감염은 대개 불결한 야생동물 사냥과 도살, 생식에서 비롯됐듯 이번 코로나19 발원도 중국인의 기괴한 식문화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우한은 무엇보다 원시적 야만의 불명예 딱지부터 벗어야 한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