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동기 KGC 양희종-DB 김태술
김태술(앞)과 양희종은 같이 찍은 사진을 SNS에 자주 올리며 우정을 확인한다.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함께한 두 사람. 사진 출처 김태술 인스타그램
프로농구에서 어느덧 최고참급이 된 KGC 양희종(36)과 DB 김태술(36)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단짝이다. 고교는 달랐어도 2000년대 초반 청소년 대표로 호흡을 맞춘 뒤 나란히 연세대 동기로 입학해 4학년 때인 2006년 함께 국가대표가 됐다. 2007∼2008시즌 같이 프로에 데뷔해 2011∼2012시즌 KGC에서 팀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금메달의 영광을 함께 누렸다. KGC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희종은 2018∼2019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과 3년 재계약을 했다. DB와 1년 계약을 했던 김태술은 이번에 FA로 풀려 잔류 혹은 이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지만 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활발하게 근황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로의 우정을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프로농구 2013∼2014시즌 KGC에서 함께 뛰던 시절 김태술(앞쪽)의 득점을 반기는 양희종. 동아일보DB
2월에 얻은 아들의 육아 사연을 SNS에 자주 올리고 있는 양희종은 ‘김태술’ 하면 2006년 대표팀에 함께 뽑혀 그해 8월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서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카멜로 앤서니(포틀랜드), 크리스 폴(오클라호마시티)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미국 대표팀과 경기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양희종은 “언제 그런 스타들하고 뛰어볼 기회가 있겠는가. 하지만 태술이가 그날 경기에 안 나왔던 게 정말 아쉽다”고 했다. 김태술은 미국과의 경기에 1초도 출전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친구와 함께 못해 더 기억이 난다는 양희종의 말에 김태술은 “당시 대표팀 최부영 감독님이 정말 원망스럽다”면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양희종은 2019∼2020시즌에도 42경기에 출전해 팀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부상 없이 팀이 필요할 때 투입돼 후배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에 크게 만족한다”는 양희종은 이번 시즌 ‘단짝’이 제 모습을 찾은 것을 크게 기뻐했다. 김태술은 KGC 시절 은사였던 이상범 감독과 DB에서 다시 만나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치는 데 기여했다. 양희종은 “지금도, 앞으로도 나한테는 태술이가 최고의 가드”라고 치켜세웠다. 김태술은 “이전까지 특정 선수에게 맞춰 주는 농구를 하다 DB에 온 뒤 내 손 끝을 통해 동료들이 살아나는, 내가 원하는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가드 입장에선 공수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팀의 장애물을 없애 주는 선수가 가장 고마운데, 바로 양희종”이라고 화답했다. 서로를 향한 아낌없는 응원은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들을 더 뛰게 하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