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도시구조 변화 전망
현대 도시는 주거지역과 업무지역이 명확히 구분돼 있어 집에서 일터로의 대규모 인구 이동을 수반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까지 더해져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취약하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코로나19로 도시 구조 패러다임 바꿀 가능성
19세기 중반 콜레라가 영국을 강타하자 현대 도시를 지탱하는 위생 인프라가 등장한 것도 전염병이 도시를 완성한 대표적 사례다. 영국의 의사이자 역학자인 존 스노는 콜레라가 런던 도심에서 발생한 이유를 찾기 위해 환자가 발생한 위치를 지도에 그려 넣다가 대다수 환자가 우물 부근에 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노는 콜레라가 수인성 감염병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염원인 우물을 폐쇄해 런던의 콜레라 사태를 해결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위생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대적인 하수도 정비에 나섰다. 스노의 사례는 도시 공간 관리가 감염병 관리에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 개인 교통수단 통해 감염 가능성 낮춰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개발해온 도시 공간 계획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까지는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 계획을 짰다면 감염병 유행 시대에 맞춰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대도시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경우 도심이 역세권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한 고밀도로 개발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상주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과장은 지난달 31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최한 토론회 ‘도시와 감염병’에서 “정부도 인구 감소와 저성장을 고려해 역세권과 도심지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패러다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고 말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도 “코로나19 환자 발생 지도를 보면 주로 교통수단이 집중된 대중교통 중심축을 따라 환자가 발생했다”며 ”이른바 ’도시의 역설’이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구축한 친환경 도시가 역설적으로 감염병에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새로운 도시 공간과 교통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대다수 도시는 용도에 따라 주거, 상업지역을 나누는 용도지역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개인의 대규모 이동이 발생하고 출퇴근 과정에서 감염 확률이 올라간다. 정 교수는 “유럽 도시들처럼 용도혼합제를 채택해 개인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근처에서 필요한 활동을 하면 이동을 줄일 수 있다”며 “여기에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면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감염병 위험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시 하수 통해 감염병 실시간 관리
일부 전문가는 스노 사례처럼 아예 도시계획 차원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을 방안을 고민하자고 주장한다. 물과 관련된 도시의 위생 시설을 상시적으로 감시해 감염병 유행을 조기 예측하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함께 설립한 환경기술기업 바이오봇 애널리틱스는 지난달 매사추세츠주의 주요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물질(RNA)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동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이 기술의 장점은 무증상 감염자나 검사를 받지 못한 환자를 포함한 도시의 전체 감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유행 여부를 사전에 탐지할 수도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네덜란드는 노로바이러스나 항생제 내성균, 홍역 등을 이 방법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최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를 검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고 전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