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사, 의료 인프라 부족한 아프리카서 코로나19 백신 실험 제안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전문가들이 ‘아프리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임상실험하자’고 언급한 것과 관련,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임상 실험만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아프리카 CDC는 아프리카 연합(AU) 산하 국제기구다.
9일 아프리카 CDC 홈페이지에 따르면 존 은켄가송 아프리카 CDC 소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프리카 CDC는 장 폴 미라 파리 코친병원 중환자실장과 카미유 로슈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연구부장이 프랑스 방송에서 ‘결핵 백신(BCG)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자’는 매우 역겨운 발언을 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힐난했다.
이어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인종차별적이고 거들먹거리는 발언을 반드시 규탄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행동과 연대가 필요한 전 세계적인 인도주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 CDC는 아프리카에서 윤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건전한 백신과 치료법 임상실험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과 동일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와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라 실장과 로슈 연구부장이 과학적으로 건전한 임상실험 수행과 관련해 아프리카에 가르쳐줄 것은 없다”면서 “아프리카는 대륙과 그외 지역에 이익을 가져다준 임상실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라 실장과 로슈 연구부장은 최근 프랑스 LCI방송에서 결핵 백신인 BCG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아프리카에서 임상실험을 하자고 했다가 인종차별이라는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결국 사과한 바 있다. BCG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라 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유럽과 호주에서 진행되던 BCG 임상실험에 대한 로슈 연구부장의 설명을 듣던 중 “도발적일 수 있지만 우리가 이 연구를 마스크도 치료도 소생법도 없는 아프리카에서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불쑥 말했다.
유럽과 호주 보건 종사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 보호장비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는(아프리카서 코로나19 임상실험은) 어딘가에서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연구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며 “우리는 그들이 (에이즈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고 자기 스스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로슈 연구부장은 미라 실장의 돌발 발언에 대해 “당신이 옳다”며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병행하는 것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수긍했다.
한편, 두 사람의 발언 이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라 실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아프리카 출신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은 전 세계가 연대에 필요한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프리카에서는 언급된 임상실험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은 그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