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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못미쳐 원성만 한가득.. IP를 활용했다 망한 흑역사 게임들

입력 | 2020-04-10 11:08:00


게임업계에 유명한 문구 중에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문구가 있다.

아무리 실망했어도 한 번 더 게임에 들어와달라는 뜻으로, 과거 넷마블이 '드래곤볼 온라인'의 이벤트때 써서 유명해진 문구다.

넷마블이 진행했던 미워도 다시 한번 이벤트 / 넷마블 제공


당시 '드래곤볼 온라인'은 주구장창 '재배맨'만 잡아야하는 극악의 게임성으로 게이머들이 순식간에 떠나갔고, 넷마블 측은 다급하게 복귀 이벤트를 열었다.

또 다른 유명한 문구 중에 '니들이 허접한지, 우리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라는 문구도 있다.

이는 넥슨의 '서든어택2' 관계자가 '서든어택2' 출시 전날 남긴 말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든어택2'가 기대 이하의 게임성을 갖췄고, 또 선정성 이슈로 조기 종료까지 당하면서 이 말이 유명세를 탔다.

이처럼 게임업계에는 유명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이슈 몰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게임성으로 심각하게 망한 게임들이 다수 존재한다. IP는 좋았지만 이해할 수 없을만큼 수준낮은 게임들이 간혹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최근까지도 그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콘트라 - 로그콥스 홍보 이미지 / 유니아나 제공


지난 2019년 9월말에 스위치로 출시된 코나미의 '콘트라- 로그콥스'는 대표적인 '망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87년 아케이드 게임으로 등장한 액션 슈팅 게임인 '콘트라'의 IP를 활용한 이 게임은 시리즈 최초로 최대 8인(4 대 4)까지 참여할 수 있는 대전 및 관전 모드를 지원하며, 100여 종의 무기 및 캐릭터 강화 기능 등을 발표해 출시전 30~50대 게이머들에게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심각했다. 그래픽은 두세대 전 게임기 수준이라고 할만큼 엉망이었고, 30프레임의 끊어지는 움직임에 반복되는 똑같은 지형, 복사 붙이기한 엉성한 적들, 실패 확률이 큰 방어구 강화 등 도저히 눈뜨고 봐주지 못할 정도였다.

'콘트라'의 이름값이 무색하게 시장에서 참패한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 이 게임을 보고 '코나미는 죽었다'며 오열하는 커뮤니티 속 게이머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버블보블 4 프렌즈 / 아크시스템웍스 제공


지난 2019년 12월19일에 스위치로 출시된 '버블보블 4 프렌즈'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과거 오락실을 장악했던 '버블보블'(국내 오락실 유통명 : 보글보글)의 상큼함을 기억하는 레트로 게이머들에게 '버블보블 4 프렌즈'는 국내에서 최초로 정식 발매가 된 정식 넘버링 시리즈로 큰 기대를 모았으며, 특히 '버블보블' 오리지널 버전이 부록으로 탑재된다는 소식도 '띵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웬걸, '버블보블 4 프렌즈'는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악평에 시달려야했다. 과거에 특유의 쫄깃한 점프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귀여운 공룡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느릿느릿한 이동과 슬라임같은 찐득한 감각만이 남을 뿐이었다.

게이머들의 환상을 산산히 조작내면서 '버블보블 4 프렌즈'는 순식간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워크래프트 리포지드 / 블리자드 제공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함께 또 한 번 세계를 주름잡을 것이라 기대되던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이하 리포지드)도 최악 중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을 비롯하여 글로벌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인기를 얻었던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 개념인 '리포지드'는 허접한 이펙트와 그래픽, 구식 UI(사용자 환경), 적인지 아군인지 판단할 수 없는 수준의 가독성, 온갖 버그, 하물며 번역 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게이머들의 분노를 온 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워크래프트 리포지드 게임화면 / 블리자드 제공


실제로 메타크리틱 게이머 점수가 0.5점 수준으로 역대 최저급으로 나왔으며, 블리자드 팬들이 비교적 많은 레딧에서도 수많은 부정적인 글과 함께 '환불 가이드'를 올리는 게이머들이 생기는 등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점프 포스 홍보 이미지 / 반다이남코 제공


마지막으로 지난 2019년 2월14일에 PS4, 엑스박스원, 스팀으로 출시된 '점프 포스'도 일본의 내로라하는 유명 만화IP를 대거 활용했으나 '똥겜'으로 분류되는 수모를 겪었다.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의 인기 작품에 너무 치중되어 이들 만화는 6명씩, 타 만화 캐릭터는 1~2명씩 등장한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가운데, 캐릭터 밸런스가 역대급으로 엉망이어서 도저히 게임을 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여기에 어색한 액션 연출, 실사와 웹툰 중간 단계로 오히려 이질감만 높였다고 평가받는 캐릭터 모델링 등 온갖 수모를 겪은 '점프 포스'는 수많은 캐릭터IP를 활용했음에도 메타크리틱 점수가 4점대로 남기면서 최악의 게임IP 게임 중 하나로 기억되게 됐다.

점프 포스 인 게임 화면 / 공식 유튜브 캡처


그러면 왜 최고의 IP를 활용하면서도 이렇게 엉망인 게임들이 등장하게 될까. 전문가들은 '개발력의 부재'와 'IP만 믿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키웠다고 진단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전문가는 "코나미 내부에는 이미 실력있는 개발자가 없다. 다 나갔다. 블리자드도 '디아블로' 신작에 올인해야하는 만큼 '리포지드'에 투입할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유명IP만 믿고 적당히 만들어도 웬만큼 팔리지 않겠냐는 경영진의 생각이 반영된 경우 해당 게임이 잘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올라갈만큼 올라갔기 때문에 유명IP를 활용했더라도 충분히 QA를 거치고 완성도를 높여 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