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이도우의 장편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고? 만나지 말자는 소리네.” “…….” “날씨가 언제 좋아지는데. 추위 끝나고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새 울면?” “…….” “그럼 미세먼지를 끌어안고 황사가 오겠지. 봄 내내 뿌연 하늘이다가 겨우 먼지 끝나면 폭염에 장마가 오겠지. 그냥, 만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하렴.”
기업은 젊은이들이 날씨가 좋은 날 야외 활동을 즐긴다는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탬파와 마이애미의 유통업 판매액수는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이 지역은 차로 몇 시간 정도 떨어져 있지만, 날씨가 좋을 때는 탬파의 매출액이 올라가고 마이애미는 떨어진다. 마이애미에 좀 더 젊은 사람이 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날씨가 좋으면 놀러 나가고 날씨가 나쁠 때 쇼핑을 한다. 그러나 탬파는 연령이 높은 도시여서 맑은 날 쇼핑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서 쉰다.
날씨는 미국 선거에도 영향을 준다. 젊은이들은 날씨가 좋은 날에는 투표를 잘 하지 않고 나들이를 즐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지지하는 진보적인 민주당은 비가 오기를 기도한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리퍼블리컨 블루’라는 말이 생긴 것은 이 때문이다. 선거날 날씨가 좋으면 공화당이 승리하고, 날씨가 나쁘면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 법칙에 가장 큰 덕을 본 대통령이 트루먼이다. 당시 미국의 정치전문가들은 공화당의 듀이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날씨가 미국 대통령 당락을 바꿨다. 일리노이주에는 엄청난 비가 내렸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은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트루먼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던 지역에서 많은 표 차이로 이기면서 트루먼이 당선된 것이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날씨에 따라 보수와 진보 사이에 유의미한 표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총선일인 15일 날씨는 매우 좋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놀러갈 곳도 마땅치 않다. 그래도 ‘방콕’만 하지 말고 봄바람도 쐴 겸 소중한 표를 꼭 행사하도록 하자.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