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함 타고 참사 해역 찾아 35분 간 선상 추모 행사 열어 희생자 가족 43명 등 묵념 뒤 국화 던지며 애도·기억 다짐 "이번 만큼은 진상규명"…세월호 선체 둘러보며 연신 탄식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엿새 앞둔 12일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 해역과 선체 거치 현장을 찾아 다시 한번 진상규명 의지를 다졌다.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43명과 추모 시민 41명이 이날 오전 전남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을 찾았다.
가족들은 목포해경이 지원한 3000t급 3015경비함에 승선, 3시간여 만에 88.5㎞(55마일) 떨어진 해역에 도착했다.
사고 해역에는 세월호가 가라앉은 위치를 알려주는 ‘노란부표’가 떠 있었다. 바다를 향해 헬기 이·착륙 갑판 양쪽에 선 가족들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함정에서 울려 퍼진 추모 뱃고동에 맞춰 일제히 묵념했다.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며 슬픔을 삼켰다.
국화를 던진 일부 희생자 가족들은 목놓아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추모 행사에 동행한 일반 시민들도 울먹이는 가족들 옆에 서서 등을 토닥이거나 끌어안으며 슬픔을 나눴다.
단원고 2학년 8반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씨는 “올 때마다 바다가 무심하다고 느껴진다. 부모로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가족은 “4월16일 그날을 잊지 않고 희생자들을 기리고 생각하는 시간이다. 사고 해역을 올 때마다 마음이 먹먹하다”며 “차가운 바다에서 고통 받았을 아이들을 잊지않고 남겨진 가족들의 몫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노란부표를 향해 국화를 던지며 ‘엄마가 꼭 잊지않겠단 약속지킬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얼마나 추웠겠니’ 등을 외쳤다.
이재욱 학생 어머니 홍씨는 “잊어버리고 싶은 날이지만 역사는 기록되고 세상에 알려야 한다”며 “현 정부가 임기를 마치기 전에 반드시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책임자를 밝혀내고 합당한 처벌을 해야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단원고 2학년 7반 동수 아버지 정성욱씨는 “올 때마다 착잡함을 떨칠 수 없다. 2014년 그날 느꼈던 감정이 오롯이 남아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검찰이 특별수사단까지 꾸렸지만, 크게 진전된 것은 없다. 진상규명에 협력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와 선체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단체·기관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은 여전히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겪었고, 왜 제때 구조하지 않았는지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며 “진상규명 없이는 책임자 처벌도, 안전사회 건설을 향해 한 발도 내딛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헌화를 마친 경비함은 노란 부표를 중심으로 사고 해역을 한 바퀴 크게 돌았다. 가족들은 한 순간도 노란 부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목포로 되돌아온 가족들은 곧바로 대형버스로 목포신항을 방문, 직립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봤다.
가족들은 이제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선체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 곳에 아이들이 있었던 거지?’, ‘객실을 알아보기 힘들어졌네’ 등의 대화를 나눴다.
40여 분간 선체를 둘러본 한 어머니는 “사람들은 잊으라고 하지만, 우리는 평생을 잊지 못할 한을 아고 살아간다”며 “사고 해역을 가고 선체를 볼 때마다 진실을 찾는 일부터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사는 길이기도 하다”며 울먹였다.
[진도·목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