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상 신고-삭제 최일선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의 하루
하루에만 수천 건, 당하면 수년간 고통
“신속대응 위해 해외 공조 강화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의 한 모니터링 직원은 최근 ‘박사’ 조주빈(25) 일당의 박사방이나 ‘n번방’ 등을 언급하며 한숨을 뱉었다. “보안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입에 담기 힘들 만큼 가학적인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 “성 착취물, 가학성 심각”…올해만 8000건 적발

이 때문에 직원들은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하루에도 수천 건씩 접한다. 이용배 피해접수팀장은 “본의 아니게 지원단 직원들은 이런 분야를 훤히 꿰고 있다. 그런데 박사방이나 n번방 등의 성 착취물은 잠깐만 봐도 심각하단 걸 금방 알 정도”라 했다. 피해 여성에게 오물을 마시게 하거나 몸에 ‘박사’라 새기게 하는 등 수위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날도 지원단은 이미 없어진 n번방에서 나온 불법 영상들이 또다시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는 걸 여러 건 확인해 조치를 요청했다. 지원단에 따르면 이런 적발건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신고와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한 디지털 성범죄물이 올해 1~3월만 8282건에 이른다. 고현철 긴급대응팀장은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선 관련 성 착취물이 퍼져 나가고 있다”고 했다.
● 한번 당하면 수년간 고통…‘신속 삭제’ 필수
“또 그때 영상이 올라왔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여성 A 씨는 지난달부터 거의 매주 지원단으로 전화를 해왔다. A 씨는 안타깝게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다. 피해를 입었던 건 수년 전이었다고 한다. 당시 엄청난 고통을 받고 한 고비를 넘겼나 했는데, 최근 또 다시 당시의 불법 촬영물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보는 대부분 해외 사이트에서 유입된다”면서 “국제기관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등 협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