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자들이 물리적 자극을 통한 포만감을 느끼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를 처음 발견했다. 서울대 화학부 김성연 교수와 김동윤, 허규량, 김민유 연구원은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발생하는 소화기 내부의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뇌 속 ‘관문’ 역할의 신경세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8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17년, 따뜻한 온도 감각을 전달하는 뇌 신경세포를 연구하기 위해 쥐를 이용해 후뇌 ‘부완핵’의 신경세포를 연구했다. 부완핵은 목 부위에 위치한 뇌 부위로 다양한 감각 신호가 거쳐 간다. 그런데 우연히 이 영역을 자극한 쥐들이 물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 대신 분유나 먹이를 줘도 결과는 똑같았다. 연구팀은 이곳의 신경세포가 배고픔이나 갈증 해소에 관여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 신경세포가 어떤 상황에서 활성화되는지 실험으로 확인했다.
소화기의 물리적 자극을 모니터링하는 뇌 신경세포를 발견한 주요 연구자들이 실험쥐를 사이에 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교신저자인 김성연 서울대 화학부 교수와 제1저자인 허규량, 김민유, 김동윤 연구원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또 신경세포를 빛으로 자극해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식욕을 감소시키거나, 반대로 이 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병적인 과식이나 과음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부완핵의 신경세포가 포만감을 일으키는 물리적 자극을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이 신경세포가 물리적 자극을 포만감으로 변환한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이다.
김 교수는 “후뇌와 말단 신경은 생존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는 원시적 뇌 영역이라고만 알려졌지만 이 기본적인 신경망이 섭식과 관련된 반응을 담당하는 구체적 과정은 이제야 밝혀지기 시작했다”이라고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소화기에서 이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이 무엇인지, 이 신호가 어느 경로로 부완핵에 가는지, 부완핵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인 시상하부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고픔 등 욕구와는 어떻게 경쟁하는지 등을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가 쌓이면 섭식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와 유전자를 발굴해 비만과 당뇨 등 대사 질환과 섭식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